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동북아 환상(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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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3.12. 4)
조우성의 미추홀 - 동북아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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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쟁을 치르고, 2차 세계대전 때는 죽기살기로 혈전을 벌였던 영국과 프랑스와 독일이 공동 역사교과서를 만든 것은 모두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적 가치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EU의 탄생, 유로화의 사용, 거주지의 자유선택 등이 역사의 공유로 귀착됐던 것이다.
▶이웃나라와 역사인식을 공유해 과거의 잘잘못을 반성하는 동시에 더는 피 비린내 나는 전쟁을 하지 말자는 자각은 분명한 인류사의 발전이었다. 하지만 시각을 '동북아'로 돌려보면, 유럽과 사정이 퍽 다름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식인은 사고 단절의 인식을 내보이고 있다./가치중립적인 고고한 사고를 지닌 엄정한 판관(判官)인 듯 착각했는지는 몰라도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이 '조선'을 식민지로 차지하려고 획책했던 게 '국가적인 탐욕에 의한 범죄'였다는 점을 통렬히 지적하지 않고, 오히려 우리의 발전에 도움을 줬다는 헛소리를 한다.
▶마치 도적떼들이 제 집 대들보까지 뽑아갔음에도 "우리가 튼튼한 새 집을 짓도록 먼저 허물어 준 것이니 그를 고맙게 여기자"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적반하장적 괴변이다. 세계에 "한국에만 차이나타운이 없는 게 부끄럽다"는 역사맹(歷史盲)들의 착란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역사의 상당 부분은 이성의 힘에 의해 기록되기보다는 노도와 같은 광기에 휩쓸려온 것이 사실이다. 지난 세기 600만명의 유태인을 참혹하게 죽인 아우슈비츠나 관동대지진 때 '조선인'을 이유 없이 학살한 광란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자 '역사'였다.
▶말로야 무슨 말인들 못하겠는가? 하지만 '동북아의 환상'에서는 깨어나야 한다. 중국이 인해전술을 연상시키는 인구수와 군사력으로써 위세를 부리며 '공산당 체제'를 유지하고, 일본이 명치유신 이래 이웃을 능멸하며 시대착오적인 '천황제'을 고집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거기에 한 세기 전처럼 묘한 양태를 보이고 있는 러시아와 미국까지를 염두에 둔다면 우리는 '동북아의 균형자'는 커녕 고래싸움에 언제 등이터질지 모르는 처지인 것이다. 역사는 되풀이된다더니, '구한말'처럼 정세가 요사스럽다.
/주필
2013년 12월 0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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