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시니어 프리패스' (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일보(13.11.11)
조우성의 미추홀 - '시니어 프리패스'
( 1094 )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동사무소에서 연락이 왔다. 만 65세가 됐으니, 경로 카드를 받으란다. '경로(敬老)'? 나이 65세에 무슨 경로? 하면서도, 순간 이 지상에서 서 있을 날이 얼마쯤 남았을까를 생각해 본다. 환갑을 보내고 몇 년 후면 칠순 고희가 되는 마당이긴 하나 '경로'란 말은 마뜩치 않다.
▲동사무소 직원이 주민등록증을 확인하고 내준 카드도 '은발(銀髮)'이었다. 색깔이 맘에 안 들었다. 말로는 경로 카드라 해도 굳이 생기 없는 은회색으로 만들었을까 싶다. 감각이 없는 공무원 누군가를 탓하면서 한편으로는 과연 내가 이 카드를 받을 자격이 있을까 싶기도 했다.
▲이 날 입때껏 사는 동안 필자는 나라를 위해 적극 헌신하거나, 민족을 위해 땀을 흘린 일이 없다. 더구나 세상을 구하자며 용기 있게 깃발을 들고 소리를 높여 외쳐본 적도 없다. 남들 다 가는 군대 3년에, 호구지책으로 30여 년 간 직장을 옮겨 다녔던 게 인생의 역정이었다.
▲그런 마당에 나라에서 '시니어 프리패스'를 주고, 기력이 있을 때까지 노년기 시간을 활용해 보라는 거였다. 큰 선물이었다. 카드를 받아들고는 생전 처음 나라에 대한 고마움에 가슴이 찡했다. 그날 이후로 필자는 카드를 나라와 주고받은 무슨 정표인 양 지갑 속에 간직해 왔다.
▲그런데 최근 대도시 지하철공사들이 회의를 열어 무임승차 연령을 현행 경로 우대 기준인 65세 이상에서 70세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자고 건의했다고 한다. 전국적으로 연간 4129억원의 무임 손실금이 발생한다는 것이 이유였는데, 염치는 없지만 신중하지 못한 소리로 들렸다.
▲복지정책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점 중 하나는 일단 시작한 '무상·무료'는 그것이 무엇이든 되돌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대 연령을 5년 상향한다고 해서 얼마나 손실을 줄일지는 몰라도, 적수공권에 받아든 혜택을 박탈당했다는 상실감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미국 영화에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게 있다. 가치의 붕괴, 폭력의 현실 속에 무기력한 노인 보안관 벨이 등장한다. 아침마다 눈치를 보며 집을 나서는 수많은 한국의 노인과 다를 바 없다고 본다. 그런 나라는 좋은 나라가 아니다.
/주필
2013년 11월 11일 (월)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