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최종설(70회) 교육의 눈/함께 가는 사람 (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일보(13.11.13)
교육의 눈 - 함께 가는 사람
/최종설 희망교육연구소 소장
최근 각종 매스컴을 떠들썩하게 하던 갑-을 논쟁이 있었다. 우유, 라면, 빵, 술 등이 대리점과 일방적이고 불합리한 계약으로 이뤄져 '빵 사장', '라면 상무', '욕 우유' 등으로 불렸다.
갑-을은 간지로 표시된 연력이다. 해를 중심으로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로 나뉘어 있으며, 달을 중심으로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로 돼 있다. 우리가 말하는 육십갑자가 여기로부터 나왔고 갑자와 을축으로 시작돼 한 바퀴를 돌아오는 기간이 60년이라고 해서 환갑이라고 했다. 갑과 을은 당초 상하개념이 아닌 1,2,3과 같은 의미로 갑남을녀, 혹은 장삼이사 등과 등가의 개념이다.
그런데 시장경제 입장에서 계약관계로 만났을 때는 갑은 공급자, 을은 수요자 아니면 원청업체와 하청업체다. 권한을 가진 자를 갑으로 해서 돈을 주는 사람은 갑이고 받는 사람은 을이다. 그러나 세상은 항상 갑일 수만은 없다. 갑이 을로, 을이 갑으로 될 수 있다. 특히 현대 사회에는 애매한 경우가 많다. 소비자가, 환자가, 노동자가, 대리점이 항상 을일까? 갑과 을의 입장은 서로 바뀌고, 뒤섞여 있다.
갑-을 논쟁의 핵심은 평등이다. 그러나 평등은 내가 을일 때 주장하는 것이고, 갑일 때는 귀찮은 존재로 된다. 갑과 을이 수직적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를 갖는 사회, 언제든지 갑과 을이 바뀔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살아야 한다.
우리 인생도 그러하지 않나 싶다. 인생 1막에서 갑이었다면 인생 2막에선 을이 될 수 있다. 아니 대부분 을로 살아간다. 인생 1막이 화려할수록 2막은 초라해질 수 있고, 전직이 높을수록 현직은 낮아질 수 있다. 그래서 갑일 때 을의 입장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나이가 들면 가능한 나를 낮추는 자세, 즉 을의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 그러나 비굴하지 않고 소신과 신념이 있는 을로 돼야 한다.
나이가 들어 평온한 마음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한다. 남자는 마음으로 늙고 여자는 얼굴로 늙는다고 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넉넉한 마음으로 지난 세월에 너무 애착을 갖지 말고 지난 세월을 아름답게 여겨야 한다. 천상병 시인이 귀천에서 노래한 것처럼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라고 할 수 있는 인생이 정말 아름다운 인생이 아닐까?
지난 세월을 모두 아름답게 여기며 앞으로 오는 미래에 아름다운 행복의 시간표를 그려놓고 매일 동그라미를 그릴 수 있는 즐거움으로 살자. 지나온 세월에 감사하고, 나머지 삶도 더 아름답고 기쁨으로 살려면 갑이 아닌 을의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 갑만 좋은 세상이 아니라 을도 좋은 세상, 을이 아닌 병과 정도 있는데 을만 해도 좋다고 생각할 수 있는 마음이 우리를 더욱 행복하게 할 터이다.
꽃은 떨어져야 열매를 맺고, 씨는 떨어져 썩어야 새싹을 돋우고, 강물은 강을 떠나야 바다를 만날 수 있듯 우리 인생 2막도 1막을 잘 버려야 한다. 벌은 꽃에게서 꿀을 따지만 꽃에 상처를 남기지 않고 열매를 맺게 하듯 우리 인생도 다른 사람에게서 내가 필요한 것만 취하느라 상처를 주지 말고 갑이 아닌 을을 생각하고 역지사지 마음을 가져야 한다.
항상 갑일 수만 없는 세상에 갑과 을이 서로 상부상조해 서로 행복해지는 세상이 되기를 기대한다. 우리 교육도 앞만 보는 사람이 아닌 멀리 보는 사람, 앞서가는 사람이 아닌 함께 가는 사람을 키우기 위해 꿈꿀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다.
2013년 11월 13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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