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최종설(70회) 교육의 눈/乙의 마음으로 살아가기(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일보(13.10.14)
▧ 교육의 눈 ▧
乙의 마음으로 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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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설 희망교육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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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매스컴을 떠들썩하게 하던 '갑-을 논쟁'이 있었다. 우유·라면·빵·술 등이 대리점과 계약관계에서 일방적이고 불합리한 계약으로 이뤄져 빵 사장, 라면 상무, 욕 우유 등으로 불렸다. 갑과 을은 간지로 표시된 연력이다. 해를 중심으로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로 나뉘어 있다. 달을 중심으로는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로 된다. 우리가 말하는 육십갑자가 여기서 나왔고 갑자와 을축을 시작으로 한 바퀴를 돌아오는 기간이 60년이라고 해서 환갑이라고 했다. 갑과 을은 당초 상하개념이 아닌 1, 2, 3과 같은 의미로 갑남을녀, 혹은 장삼이사 등과같은 개념이다. 그런데 시장경제 입장에서 계약관계로 만났을 때엔 갑은 공급자, 을은 수요자 아니면 원청업체와 하청업체로, 권한을 가진 자를 갑으로 해 돈을 주는 사람은 갑이고 받는 사람은 을이 된다.
그러나 세상은 항상 갑일 수만은 없다. 갑이 을로 되고 을이 갑으로 될 수 있다. 특히 현대사회에선 애매하기 일쑤다. 소비자가, 환자가, 노동자가, 대리점이 항상 을일까? 갑과 을의 입장은 서로 바뀌고 뒤섞여 있다. 갑을논쟁의 핵심은 평등이다. 하지만 평등은 내가 을일 때 주장하는 것이고, 갑일 때엔 귀찮은 존재다. 갑과 을이 수직적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를 갖는 사회, 언제든지 갑과 을이 바뀔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살아야 한다.
우리 인생도 그러한 것 같다. 인생1막에서 갑이었다면 인생2막은 을일 수 있다. 아니 대부분 을로 살아간다. 인생1막이 화려할수록 2막은 초라해질 수 있고, 전직이 높을수록 현직은 낮아질 수 있다. 그래서 갑일 때 을의 입장을 생각해야 한다. 나이가 들면 가능한 나를 낮추는 자세 즉, 을의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 하나 비굴하지 않고 소신과 신념이 있는 을이어야 한다. 나이가 들어 평온한 마음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한다. 남자는 마음으로 늙고, 여자는 얼굴로 늙는다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넉넉한 마음으로 지난 세월에 너무 애착을 갖지 말고 지난 세월을 아름답게 여겨야한다. 천상병 시인이 귀천에서 노래한 것처럼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라고 할 수 있는 인생이 정말 아름다운 인생이 아닐까?
지난 세월을 모두 아름답게 여기며 앞으로 오는 미래의 시간에 행복의 시간표를 그려놓자. 매일 동그라미를 그려 놓을 수 있는 즐거움으로 살자. 지나온 세월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자. 기쁨으로 살려면 갑이 아닌 을의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 갑만 좋은 세상이 아니라 을도 좋은 세상. 을이 아닌 병과 정도 있는데, 을만 해도 좋다고 생각할 수 있는 마음이 우리를 더욱 행복하게 할 터이다. 꽃은 떨어져야 열매를 맺고, 씨는 떨어져 썩어야 새싹을 틔우고, 강물은 강을 떠나야 바다를 만날 수 있듯이 우리 인생2막도 인생1막을 잘 버려야 한다. 벌은 꽃에게서 꿀을 따지만 꽃에 상처를 남기지 않고 열매를 맺게 한다.
이렇듯 우리 인생도 다른 사람에게 내가 필요한 것만 취하느라 상처를 주지 말고 갑이 아닌 을을 생각하고 역지사지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항상 갑일 수만 없는 세상에 갑과 을이 상부상조해 서로 행복해지는 세상이 되기를 기대한다. 우리의 교육도 앞만 보지 말고 멀리 보았으면 싶다. 앞서가는 사람이 아닌 함께 가는 사람을 키웠으면 좋겠다. 꿈을 꿀 수 있는 시간을 많이 주는 교육을 하자.
2013년 10월 14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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