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인천 인양기'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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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3. 9. 9)
조우성의 미추홀 - '인천 인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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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인양기(仁川引揚記)'란 책이 있다. 인천에 거주하던 일본인들이 1945년 본국으로 철수할 때 과정을 패전 50여 년 만에 그들 스스로 펴낸 일종의 철수기이다. 여기서 말하는 '인양'이란 일본어로 '철수(撤收)'란 뜻인데, 식민지에서 철수한 자국민을 '인양자'라 불렀다.
▶저자는 일본 인천인회(仁川人會) 회원들이었다. 일제 강점기 때 인천서 살았거나, 인천서 태어난 이들이 주축이고, 손자, 손녀가 대신 회원이 된 예도 있다. 제 땅인 양 으스대며 살다가 졸지에 쫓겨 갔던 그들에겐 황망한 상황들이 잊지 못할 집단적 기억이었을 것 같다.
▶그 책을 필자가 입수하게 된 일은 인천을 방문한 그들에게 그동안 신용석 선생과 함께 만들어 온 '사진엽서로 본 인천의 옛 모습'이란 책을 나누어 준 것을 인연으로 해서였다. 책을 받아든 이들은 눈시울을 적셨고, 본국에 돌아간 간부 한 사람이 보내 온 책이 바로 '인양기'였다.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1945년 8월 15일에서 12월까지 인천 일본인의 정황을 전혀 짐작도 못했던 터에 그들이 꼼꼼하게 적어나간 기록을 통해 그 실상을 처음 접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그를 인용해 몇 차례에 걸쳐 글을 썼다. 몰랐던 얘기들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2년여 뒤 '정보 독점'이 무너지고 말았다. 인천 출신인 허경진 연세대 교수가 미 하버드대학 도서관엘 갔다가 '인천 인양기'를 발견해 냈던 것이다. 하버드대가 그렇게 신속하게 그 책을 소장하고 있다는 것은 상상 못할 일이었다. 더불어 전율과 부러움을 느꼈다.
▶당시 인천의 어느 도서관도 인천 현대사 연구의 중요 자료인 '인천 인양기'의 존재는 모르고 있었다. 10여 년이 흐른 오늘날의 서가에도 없다. 세계 곳곳을 찾아다니며 책을 구하기는커녕 서고가 부족해 오래된 순서대로 책을 내다버리는 게 인천지역 도서관의 참담한 현실이다.
▶천만다행으로 '인천 인양기'는 발견 직후 새얼문화재단에 보내졌고, 재단 발행 계간지 '황해문화'에 두 번에 걸쳐 번역 소개되었다. 필자의 느긋한 출판계획은 물거품으로 돼 버렸지만, 잘된 일이었다. '인양기'는 몰라도 '황해문화'는 도서관들이 소장하고 있을 테니까.
/주필
2013년 09월 0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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