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최종설(70회) 교육의 눈/소신과 고집(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일보(13. 9.17)
▧ 교육의 눈 ▧
소신과 고집
/최종설 희망교육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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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에는 애매한 말이 많다. 그중 하나로 소신과 고집의 구분이 애매하다. 국어사전에 소신은 생각하는 게 확실하다고 믿고 있음을 뜻한다고 나와 있다. 고집은 자기 의견이나 생각을 고치거나 바꾸지 않고 우기는 것으로 풀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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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고집과 비슷한 말로는 아집이 있고, 소신과 비슷한 말로는 신념이 있다. 고집과 아집에는 자만과 오만이 들어 있고, 소신과 신념에는 결과에 책임을 지는 담대함이 있다. 어떠하든 고집과 아집에는 부정적 요소가 있고, 소신과 신념에는 긍정적인 요소가 있다. 공통적인 요소는 남들이 아니라고 해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맞는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소신은 자기 믿음이나 생각의 근거가 빈약하거나 원칙에 어긋나면 그를 접고, 고집은 한 번 마음을 먹으면 옳든 틀리든 자기 주장을 접지 않는다. 그래서 고집에는 '불통'이나 '똥고집'이라는 말이 붙어 다닌다.
어느 제약회사가 회장 성을 따서 '0고집이 만들어낸 00제품'이라는 광고를 했는데, 이는 본뜻과는 조금 다르다. 어쩌면 소신은 긍정적으로 본 고집이고, 고집은 부정적으로 본 소신이 아닐까? 소신과 고집을 구분하는 방법은 자신의 정체성이다.
물고기가 땅에서 살겠다고 하면 고집이고, 물속에서 더 빨리 헤엄을 치려고 하면 소신이다. 고집을 부리는 사람은 막연하고 불분명하지만, 소신이 있는 사람은 분명하고 원칙적이다. 고집이 있는 사람은 자존심을 세우려 하고, 소신이 있는 사람은 신념을 세운다. 고집은 어떠한 경우에도 바꾸려 하지 않고, 소신은 근거나 원칙이 미약하거나 부족하면 바꿀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고집도, 그리고 소신도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합리적이고 유연하고 긍정적인 사고가 중요하다.
요즘 우리 교육이 너무 자기이기주의 경쟁에만 비중을 두는 것 같다. 지금은 내가 최고여야 하는 시대, 즉 레드 오션(Red ocean) 시대가 아니고 내가 유일한 사람인 시대, 즉 블루 오션(Blue ocean) 시대도 아니다. 함께 동반성장하고 윈-윈 해야 하는 퍼플 오션(Purple ocean) 시대다. 이제는 수월성·우수성·주입식·입시위주 교육보다는 평등적 요소인 형평성과 사회성을 기르는 퍼플 오션 시대에 적합한 교육을 해야 한다.
다양성·유연성·소통능력을 키워 대인관계와 자기관리 능력, 다른 사람과 공존할 수 있는 능력을 중요시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 그래서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성숙한 시민을 길러내야 한다. 변화하는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인간을 만드는 교육의 변화가 필요하다.
미래사회는 더 많은 사람과 문화를 공유하면서 함께 살아가야 하는 다민족·다문화시대다. 말 그대로 세계가 하나인 글로벌시대다. 우리는 개개인의 자아실현과 더불어 타인과 함께 살아갈 수 있고, 공동체와 함께 동반성장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재를 기르는 교육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다른 사람 생각도 받아들일 수 있고,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유연성을 겸비한 소신과 신념이 있는 사람을 키우는 교육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래 학교교육이 지향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생각하며, 기존 학교교육 '패러다임'을 바꾸어 나가야 할 터이다.
2013년 09월 17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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