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8·15 유감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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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3. 8.16)
조우성의 미추홀 - 8·15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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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일본 니가타 현립 미술관을 찾은 적이 있다. 가메쿠라 유사쿠의 특별전을 열고 있었다. 일본서 꽤 유명한 성공신화의 주인공인 그래픽 디자이너다. 그가 누구인가를 단편적으로 알려면 1964년 동경에서 열린 제18회 올림픽의 대표 포스터를 떠올리면 될 것 같다.
▶고향 니가타의 전시장 초입에도 그 포스터가 걸려 있었다. 순간, 대지를 박차고 나갈 듯한 흑백 선수들의 공존 근육질이 사람을 휘어잡는 명작이었다. 또 하나는 큰 빨간 원 밑에 오륜, 그 밑에 영문자 도쿄와 '1964'를 넣은 것인데, 일본 밑에 세계가 있다는 말처럼 들렸다.
▶카메쿠라 유사쿠는 포스터만 그린 게 아니다. 상품 디자이너로도 명성을 얻었다. 일본인의 사랑을 받아온 메이지 유업의 초콜릿 상표, 낱개 포장지는 물론 이와는 맥이 다른 기계공학적 미가 돋보이는 니콘 카메라의 문자 레터링, 로고, 케이스 등에서도 천재성을 과시했다.
▶과연 니가타가 자랑할 만한 예술가라는 생각이 머리속에 그득해질 무렵, 다른 전시 구역으로 들어갔다. 거기엔 반절 크기의 회화 '히로시마의 항의들'이 걸려 있었다. 그것을 보는 순간, 당혹감을 느꼈다. 원폭 희생자를 추모하는 내용인데, 미화된 일방적 주장으로 보였다.
▶일본인이 '하늘을 나는 힘 없는 나비'로 묘사돼 있고, 나비들의 날개가 원폭 희생자의 몸처럼 불에 타 캔버스 위로 하염없이 추락하고 있는 모습을 기괴한 율동감을 주어 그려내고 있었다. 나비와 같이 연약한 일본인! 이 작의(作意)는 얼마나 설득력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
▶그에게 '힘 없이 죽어간 천수백만 명의 아시안인은 정말 무엇이었을까?' 현장에서 되묻다 보니 동경 올림픽 포스터와 깔끔한 이미지의 상품 디자인이 달리 보이는 것이었다. 사사건건 갈등을 빚어내는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이에도 갈 길이 멀다 싶어 마음이 무거웠다.
▶최근 소설가 오에 겐자브로, 만화가 미야자키 하야오 같은 지식인들의 경고가 작은 희망을 주고 있지만, 일제 때의 야나기 무네요시 같이 극소수라는 게 아쉽다. 어쩔 것인가? 한류보다 차원 높은 '신 조선통신사'라도 꾸준히 보내야 할 것 같다.
/언론인
2013년 08월 1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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