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상도의(商道義)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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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3. 8.19)
조우성의 미추홀 - 상도의(商道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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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장사들에게는 약장사로서 상도의가 있었다. 1904년 인천부 축현리(현 중구 동인천동)에 있던 제약사 제생당(濟生堂)은 신약 소화제 '청심보명단'으로 유명했다. 약효가 뛰어나 전국 각지에서 주문이 쇄도했고, 창업한 지 얼마 안 가 서울 한복판에다가 제생당 약방을 열었다.
▶국내 최대 무역상사인 세창양행을 비롯한 외국계 담배회사, 선박회사 등이 독립신문에 앞다퉈 광고를 내던 때, 인천의 한국인 업체로는 유일하게 신문 광고전에서 당당하게 어깨를 겨루고 있었다. 오늘날 '셀트리온' 쯤에 해당하는 선두주자 격인 제약사였던 것이다.
▶그 광고 문구를 보면 닳고 약아빠진 요즘의 과잉 선전공세보다는 어수룩해 오히려 인간미를 느끼게 한다. 그렇긴 해도, 전의(典醫)와 군의(軍醫) 아무개들이 약효를 입증했으니 믿으라는 내용은 요즘의 약품 광고 대부분이 모 대학, 모 연구소의 임상 실험 결과라는 것과 비슷하다.
▶물론 상도의는 지키고 있었다. 약을 팔기 위해 창업지나 회사 규모 등을 과장하지 않았다. 제생당은 '인천항 축현'이 '본포(그 시절엔 '본사' 대신 '본포'라 썼다.)'임을 명확히 해 '청심보명단'의 제조처를 만천하에 밝히고 있었다. 그외 사업장은 '지포'였던 것이다.
▶영업 전략에 상관 없이 '본사(本社)'와 '지사(支社)'의 개념을 분명히 한 것인데, 최근 언론계가 관행처럼 '본사'를 남발하는 것과는 궤를 달리 한다. 광고전 등에서 지역적 기득권을 내세우려는 수사적 발상이겠으나 '주 발행지'가 아닌 곳에서 어찌 '본사'를 자처할 수 있는가 싶다.
▶그런 면에서 인구 290만 명이 모여 사는 대한민국 제3의 대도시 인천에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심리적 뿌리를 둔 '인천일보'를 제쳐놓고, 같은 업종의 모 일간지가 '인천 언론의 정통'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도의 포기 행위'는 이해하기 난감한 사안이다.
▶인천일보는 1945년 인천서 창간된 대중일보의 후신이다. 대중일보는 인천신보, 구 기호일보, 경기매일신문으로 맥을 잇다가 1973년 군사정권에 의해 강제 통합을 당한 후, 1988년 6·29선언에 힘입어 와신상담했던 옛 주주들이 뜻을 모아 속간한 '인천 언론의 적자'인 것이다. 세상이 다 아는 이야기를 또 하게 된 상황이다.
/언론인
2013년 08월 1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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