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휘호대회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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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3. 9. 2)
조우성의미추홀 /
휘호대회
( 10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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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한·중·일 지식인들이 모여 3개국 공통 한자 800자를 선정했을 때, 필자는 이를 환영한 바 있거니와 이를 계기로 잊혀졌던 '서예 교육'을 부활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는데 오비이락으로 중국에서 먼저 '서예'를 전 학년 필수과목으로 택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유인즉 한자를 쓰지 않고, 그림 그리듯 그리는 문맹 학생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한자는 필순이 있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관통하는 획은 맨 나중에 써 가면 되는데 사실 말처럼 쉬 익혀지는 것은 아니다. 해서 멋대로 글자를 그렸던 모양이다.
▶글자가 상형 자이면 그런 대로 비슷할지도 모르나 지사, 회의, 형성, 가차, 전주 등 육서(六書)의 글자를 다 그림 그리듯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진작에 서예를 배웠다면 자연스레 필순을 익힐 뿐만 아니라, 글자의 의미 구성과 자체의 미까지 체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왜 그리 읽고, 뜻을 왜 그리 풀이하는지 문리가 터지듯 알게 되므로 학습자는 언어의 개념을 쉽사리 이해하고, 그것들이 뇌에 차곡차곡 쌓여 상호 연계 속에서 일정한 체계를 갖추게 되면 그곳이 곧 지식의 축적이니 한자의 읽기와 쓰기, 외우기를 게을리 할 수 없다.
▶우리말 단어의 75%가 한자어로 이루어졌음에도 일각에서 한글로 글을 쓰고, 읽어야만 한다는 국수주의적주장을 하는 것은 한자가 이미 '한국식 한자'가 됐음을 간과하는 동시에 우리가 한자 문화권 국가임을 부정하고, 역사와 전통문화의 이해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런 취지에서 한자ㆍ한문 배우기, 학교에서의 서예 시간 부활 등이 요청되는데, 최근 인천시립송암미술관(관장 안영기)이 '묵향에 꽃피운 매난국죽 휘호대회'라는 이색적인 공모전을 열고, 지난주 금요일 초등학교 1년생에서 팔순 어르신까지 두루 참석한 시상식을 가졌다.
▶서예와 사군자 전시작들이 내뿜는 은은한 향취에 취한 오후였다. 송암미술관은 향후 현장에서 직접 붓글씨 솜씨를 겨루는 '휘호대회'를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흐뭇한 일이다. 너나 없이 먹을 가는 유장한 정신적 여유를 가져야 할 때다.
/주필
2013년 09월 02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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