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서고 (書庫)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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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3. 8.21)
조우성의 미추홀-서고 (書庫)
( 1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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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 서점 하나가 또 없어졌다.
지역 최대의 신간 서점으로 통하던 동인천역 앞 '대한서림'이 매장을 대폭 축소한 가운데 이번엔 그 맞은편에서 쌍벽을 이루던 '동인서관'이 문을 닫고 말았다.
독서 인구의 감소와 대자본을 앞세운 문고들의 횡포에 사업을 접은 것이다.
▶창고에 수십만 권의 서적을 보유한 대형 문고가 잇점을 살려 인터넷 저가 통신판매를 강행하는 데 대해 속수무책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서점에 가지 않고도 현금과 같은 포인트 점수를 파격으로 제공하니 신·구 간 서점이 당해낼 재간이 없었을 것이란 게 일반적 시각이다.
▶그런가 하면 도서관마다 서고가 부족해 책 둘 곳이 없다는 비명 소리도 들린다.
도서관의 기본 기능이 도서의 보존·관리임에도 구조적으로 그를 수행할 수 없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서고는 없어도 수유실과 놀이방을 우선하는 '작은 도서관'의 허상을 엿보는 듯도 싶다.
▶그 여파로 선진국에서는 보지 못할 도서관 도서의 매각행위가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름난 박물관, 자료관, 문학관들이 공공 도서관에서 당당하게 폐기 처분한 고서들을 호되게 비싼 값으로 재구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낡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책을 처분한 때문이다.
▶작년에 필자가 인천 출신의 세계여행가인 김찬삼 선생에 관한 칼럼을 쓰기 위해 '김찬삼의 세계여행기'를 찾은 일이 있는데, 시내 공공 도서관 어디에도 없었다.
지역 도서관으로서 당연히 갖추고 있어야 할 책을 단지 서고가 좁아 낡은 순서대로 처분했던 것이라 짐작했다.
▶다행히 인하대 정석도서관이 소장하고 있어 책은 볼 수 있었지만, 이러고도 도서관들이 '인문학' 운운할 수 있는가 싶었다.
그제는 서울 청계천의 한 노점에서 '동산중학교 도서부'라는 청색 인장이 세로로 찍힌 '이원수 동화집'을 보았다.
또 한 번 망연자실할 밖에 없었다.
▶그렇게 책이 가장 비문화적으로, 폭력적으로 버려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온 대책이란 것이 '지역단위 공동보존 서고'이겠는데, 아예 서고를 넉넉히 갖추지 못한 도서관은 건립하지 말아야 한다.
서고 없는 도서관을 건립하겠다는 발상부터가 문제다.
/주필
2013년 08월 21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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