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최종설(70회) 교육의 눈/말이 안 통하는 사회 (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일보(13. 7.29)
▧ 교육의 눈 ▧
말이 안 통하는 사회
/최종설 희망교육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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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인터넷과 스마트폰, 각 언론에서 많은 사람을 웃게 한 어느 통신사의 '전화 통화사건'이 있었다. 어느 할머니와 이동통신사 직원과의 대화 내용에서 같은 한국말을 하면서도 서로 말이 안 통하고, 동문서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동통신사 직원의 말이 무엇인지 도대체 알아들을 수 없어서 "목욕탕에 불이 났냐고, 거기가 어디고, 무엇을 하는 곳이냐"고 물어보면 그 직원은 L통신사라고 성의 있게 계속 설명을 했다. 두 사람의 대화가 외계인과 이야기하는 것 같이, 도대체 소통이 안 되는 통화 내용을 들으면서 많은 사람이 박장대소했다. 할머니가 못 알아들을 수밖에 없는 요즘 세상의 언어풍조를 이야기하는 듯해 공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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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광고나 TV를 보면 무슨 말인지 이해를 할 수 없는 게 많고, 유머를 보면서 왜 웃는지 알 수 없는 게 많다. 그래서 자식들에게 지금 저 말이 무슨 뜻인지, 왜 웃는지를 물어봐야 한다. 그러면 자식들은 답답하다는 듯이 "그것도 모르냐"면서 오히려 이해를 할 수 없다는 식이다. 어쩌면 내가 어렸을 적에 우리 부모가 내게 물어보던 것과 비슷한 것 같다. 그러나 정도의 차이가 너무 크다. 요즘 젊은이, 특히 학생들의 말은 알아들을 수 없는 게 많다. 많아도 너무 많다. 은어, 비속어, 욕설, 줄임말, 스마트폰 말 등 새로운 말이 넘쳐나고 있다. 아이들뿐만 아니다. 요즘 아파트, 예식장 이름이나 각종 상점의 간판을 보면 이해하기 어렵다. 아파트 이름을 어렵게 짓는 게 시부모가 찾아오기 어렵게 하기 위해서라니, 농담인줄 알면서도 씁쓸하다. 나도 그러니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은 오죽하겠는가. 신조어, 유행어, 영어는 물론 각종 외국어와 복합어 등으로 넘쳐나는 언어를 보면서 세종대왕께서 한탄을 하실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학생들의 대화를 보자. 누구 생파인데 생선 준비했어?(생일 파티 있는데 생일선물 준비했어?), 매일 행쑈 하십시오(행복하십시오), 맛점(맛있는 점심), 솔까말(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불금(불같은 금요일), 레알(정말, 진짜),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 볼매(볼수록 매력이 있는 사람), 운도남녀(운동화를 신고 출퇴근하는 도시남녀), 등골 백팩(부모에게 경제적으로 큰 부담을 주는 비싼 책가방) 등…. 매일 새로운 신조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것을 모르면 '왕따'가 되니 학생들은 뒤질세라 열심히 따라하고 배운다. 그 외에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언어폭력이 난무하고 있다. 신체적 폭력만큼이나 언어폭력도 많은 학생과 사람을 힘들게 한다. 요즘 인터넷 악성 댓글로 힘들어하고, 소송을 하고, 자살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거친 말은 독으로 되고, 고운 말은 덕으로 된다. 말이 당신 얼굴이고, 아름다운 말이 아름다운세상을 만든다. 고운 말에 친구가 웃고 나쁜 말에 친구가 운다. 바른말, 고운 말, 칭찬의 긍정적 말이 동식물에 영향을 주는 연구실험이 많다. 말 그대로 '피그말리온' 현상, '플라시보' 효과이다. 두 개 물 컵을 놓고 한 쪽은 나쁜 말 부정적인 말과 욕설을 하고, 다른 한 쪽은 좋은 말 긍정적인 말과 칭찬을 하고 그 물을 얼려보면 부정과 욕설을 한 물은 물 분자가 무섭고 기괴한 결정체로 나타나지만 긍정과 칭찬을 한 물은 아주 아름다운 결정체로 나타난다고 한다. 양파실험, 젖소실험 등 많은 동식물 실험에서도 언어와 말이 동식물의 감정이나 발육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좋은 말 긍정적인 칭찬의 말을 해야 그 말이 메아리로 되고, 부메랑으로 돼 더 좋은 말로 돌아온다는 '말의 메아리 법칙'이 있다. 즉,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라는 우리 속담과 같다. 바른말과 고운 말 쓰기운동, 우리말 달인 등 아름다운 우리말을 지키기 위한 언어순화운동도 하고 학교에서 언어폭력추방운동도 해서 청소년들이 밝게 자라나기를 기대해 본다.
2013년 07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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