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책(冊) 문화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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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3. 7.31)
조우성의 미추홀-책(冊) 문화
(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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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볼품 없어진 지는 오래다. '모름지기 남아는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고 했던 옛 시대에 비하면 한참이나 품격이 떨어진다. 저 고려 시대의 '직지심체요절'에서부터 조선 후기의 '이언(易言) 한글본'에 이르기까지 옛 책에는 온갖 정성이 깃들어져 있던 것이다.
▶책을 만드는 종이 자체도 1급이었다. 17세기 중국의 유명한 기술서인 '천공개물(天工開物)'에도 소개될 정도로 우리 종이는 유명했다. 저(楮) 껍질로 만들었지만 지품(紙品)이 어찌나 뛰어났던지 567년 전 세종대왕이 펴낸 훈민정음 해례본이 아직도 진한 먹빛을 발하고 있다.
▶표지 제작 수준도 범상치 않았다. 표지는 종이, 베,비단 등을 사용했다. 주로 종이를 썼는데 장지에 치자 물을 들여 미관과 방충 기능을 갖게 했다. 표지에 문양을 베풀 때는 책판에 밀랍을 칠해 표지를 두텁게 하면서 문양을 도드라지게 해 판본마다 특색을 갖게 했다.
▶인쇄한 면지와 표지가 완성되면 이를 단단하게 묶는 과정을 거쳤다. 장정에는 빨간 실로 묶는 방법이 널리 쓰였다. 중국에서는 '4침안정법(四針眼訂法)'을 썼으나 우리나라에서는 다섯 침안을 뚫어 고정시키는 '5침안정법(五針眼訂法)'을 채택해 자연스레 서적의 국적을 분간하게 했다.
▶전통적인 장정법이 소위 '양장(洋裝)'으로 바뀐 것은 개화기 이후 일본을 통해서였다. 낯선출판 용어이나 '양장·반양장'은 질긴 실로 묶고, '호부장(糊付裝)·중철(中綴)'은 철사로, '무선철(無線綴)'은 문자 그대로 실을 사용하지 않고 강력한 접착제를 쓴 것이다.
▶그 중에서 가장 오래 가는 것이 '양장'이다. 일제강점기 때 만든 책의 표지, 인쇄, 장정 상태는 상당수가 지금도 멀쩡한데 요즘 책들은 '소장 가치'는커녕 1회용 소모품임을 자처한다. '본드'를 덕지덕지 쳐바르고, 예술적 멋이 깃든 인지(印紙)도 언제부턴가 안 붙이고 있다. 대신 기계화의 상징인 '바코드'는 모두 달고 있다.
▶책 주인의 허락 없이 서점에서 책 모서리에 마구 찍어대던 매출 도장을 찍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책을 단지 상품으로만 여기는 무신경한 태도가 여간 거슬리지 않았었다. 차제에 실종된 '책 문화'를 격조 있게 되살렸으면 한다.
/주필
2013년 07월 31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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