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거위(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일보(13. 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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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성의 미추홀-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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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위는 거위다. 거위는 거위 알을 낳을 뿐이다. 닭이 따듯한 달걀을 낳는 것처럼. 그런데 어느 날 몇몇 인간이 거위 가운데 황금알을 낳는 거위도 있다는 새빨간 거짓말을 퍼뜨렸다. 그 거짓이 담긴 동화를 읽은 아이들은 커서도 어디서나 '황금알 거위'를 찾으려고 애를 쓴다.
▶인간의 욕심에는 한이 없다. 황금 거위 알을 찾지 못하자 대신 간을 따로 떼내 먹기로 했다. 그것도 싱싱한 간을 먹는 게 아니라 먹이를 강제로 목구멍에 쳐넣어 병이 들게 한 다음, 그 병든 간이 입에 녹아드는 천상의 초콜릿이 될 때를 기다렸다가 먹는다. 탐욕의 극치이다.
▶이래저래 거위는 슬프다. 탐욕의 제물이 되는것도 그렇지만, 팔자에 없는 '백조'로 오인을 받거나 '월급쟁이'에 비유돼 깃털을 뽑히기도 한다. 새로서 비상할 수 없다는 슬픔을 잊은 적도 없지만, 내일을 향한 유일한 소망이었던 깃털까지 뽑혀 이젠 '누드 거위'가 될 판이다.
▶거위들은 절망한다. 온 몸뚱이에 털 자국만 남은 자신의 기괴한 몰골을 생각하면 살아갈 의욕까지 사라진다.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훨훨 푸른 초원과 호수 위를 떼 지어 춤추는 백조들에 견주어 보면, 영원히 날 수 없는 슬픔, 더부살이 같은 신세가 처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위로 태어난 것이 잘못이 아니라면, 거위는 거위로 살게 내버려둬야 한다. 강제로 깃털을 뽑지 않고, 하늘이 준 먹이를 부끄럽지 않게 먹게 하고, 새끼를 키우며 거위의 노래를 부를 수 있게 해야 한다. 언제 거위들이 그보다 더 많은 것을 욕심 냈던가 말이다.
▶반면에 돈과 권력과 명예를 틀어쥔 저 백조들의 욕심에는 끝이 없다. 잘났다는 이 나라의 백조들을 보면 대개가 학연·지연·혈연의 열렬한 추종자들이요, 부의 세습자요, 학문의 수치스런 근친상간자요, 권력의 추잡한 시녀들이니 세상의 짐을 지우자면 그들에게 해야 한다.
▶그럼에도 세상의 무거운 짐은 거위들이 진다. 숙명처럼 언제나 그랬다. 프랑스 루이 14세 왕정 때나 21세기 대한민국 시대나 권력자들에게 대중은 '거위'에 지나지 않는가 보다. 그래서 소리 지르지 않게, 아프지 않게 깃털을 뽑자는 게 아닌가?
/주필
2013년 08월 12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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