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최종설(70회) 교육의 눈/수의(壽衣) (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일보(13. 6. 4)
▧ 교육의 눈 ▧
수의(壽衣)
/최종설 희망교육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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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란 사람이 죽어서 시체를 염습할 때 입히는 옷을 말한다. 보통 삼베로 만든 다. 사람에 따라 조금 비싼 수의도 있고, 싼 수의도 있지만 귀천, 빈부를 떠나 모두 삼베로 된 수의를 입는다. 사람들은 이 세상을 살면서 남보다 다른 옷, 예쁜 옷, 비싼 옷, 소위 명품 옷을 입기를 좋아 한다. 수백만원의 외국명품 옷, 메이커 옷을 입고 남보다 우월하다는 허황된 착각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명품 옷을 찾는 이유가 소유욕, 과시욕, 미적 욕구, 가치 상승욕구와 미디어의 영향이라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명품 옷이라도 그 옷을 입는 사람이 명품이 돼야지 허영과 사치로만 가득 찬 옷은 진정으로 명품옷이 될 수 없다. 옷을 명품으로 입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명품으로 만들어야 한다. 혜민스님은 최고의 명품 옷은 자신감을 입는 것이라고 했다. 필자는 지금도 어릴 적에 어머님이 정성과 혼을 다해 지어주신 솜바지, 저고리가 세상에 단하나 밖에 없는 최고의 명품 옷이라고 생각한다.
영혼이 없는 옷은 영혼이 떠난 육신 즉, 시체와 같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 부부, 부모, 형제도 영혼이 떠난 육신인 시체를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 영혼과 자신감이 없는 명품 옷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요즘 인터넷을 보니 외국의 애완견 옷이 수백만원이라고 하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린 옷이 남자들이 군대에서 입었던 소위 깔깔이라고 하는 방한 내피가 60만장 이상이 팔렸다고 하니 아마도 그 옷이 최고의 명품 옷이 아닐까 생각한다.
옷이 날개라는 말이 있는데 과연 옷이 날개인지, 구속인지? 좋은 뜻으로도 말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이 자신의 부족한 면을 옷으로 감추고,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느 신부님의 말씀이 가슴에 남는다. 신부님들이 미사 때 입는 옷을 제의라고 하는데 신부님은 40여년 전에 사제서품을 받는 날 처음 입었던 제의를 아주 소중하게 생각하신다고 한다. 일 년에 단 두 번을 입는데 사제서품 받은 날과 영명 축일 날 입는다고 한다.
누구든지 좋은 옷, 아끼는 옷은 가장 좋은날, 좋은 사람을 만날 때 입는다. 이 세상 마지막날 나를 감싸줄 옷이 수의인데 그 신부님은 수의로 당신이 첫번 입었던 제의를 수의로 정했다고 하시면서 과연 내가 몇 번이나 이 제의를 입어야 수의가 될지 모르니까 한 번 한 번 입을 때마다 수의를 입는 심정으로 입는다는 말씀이 가슴을 찡하게 울린다. 정말로 그러한 마음이 우리가 옷에 대한 진정한 마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대부분의 옷들은 주머니가 있고, 어떤 옷은 주머니가 상당히 많이 있다. 그러나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 세상의 부귀권세, 많은 재물도 저 세상에 갈 때는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람이 백년, 천년을 살고, 수백억의 재산이 있어도 저 세상으로 가는 날에는 두 손비우고 빈손으로 간다. 이 세상사는 동안 행복의 느낌, 빈부의 차이는 있겠지만 갈 때는 공평하다. 그래서 인생은 공 수래 공 수거라고 하는 것이다. 명품옷이 아니라 자신을 명품으로 만들고 이 세상 마지막 날 입을 수의를 만들고 입는 마음으로 오늘을 살고, 욕심내지 않으며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면서 자신의 육신에 투자하는 것을 이웃과 나눌 수 있는 사람, 서로 돕고 아끼며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람을 만드는 인성교육에 중점을 두어 밝고, 정겹고 아름다운 세상이 돼길 기원해본다.
2013년 06월 04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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