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우현 전집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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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3. 6.12)
조우성의 미추홀 - 우현 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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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문관'은 인천 출신의 서예가 검여(劍如) 유희강 선생이 드나드셨던 서울 인사동의 고서점이다. 주인인 산기(山氣) 이겸로 선생은 육척 장신에 맘씨 좋은 이웃집 아저씨 같은 인상이셨는데, 1986년 40여 년간 고서점을 하면서 쌓아둔 이야기들을 모아 '책방비화'란 책을 내셨다.
▲그 무렵 필자는 통문관 산기 선생이 손수 '저자 근정'이라고 써 주신 두툼한 책을 받아들고 감격한 나머지 집에 와 그 밤으로 책을 읽었다. 책에 얽힌 '숨겨진 이야기들'에 날이 하얗게 새는 줄 몰랐는데, 특히 잊히지 않는 대목 가운데 하나가 '겸여와의 숙연'이었다.
▲1962년 '통문관' 지척에 선생이 '검여서원'을 낸 것이 직접적 동기가 됐다. 산기 선생은 "하루에도 몇 차례 마주앉아 차도 마시고, 식사를 나누게 되는 기회가 잦아지면서 우정도 두터워졌다. 대인 군자풍의 심정을 나는 헤아릴 수도 없었다"며 무한 존경의 염을 피력했다.
▲산기 선생이 우현 고유섭 선생의 전집을 우리나라 출판사상 처음 간행하게 된 것은 그 같은 검여 선생과의 드높은 교유의 영향 때문이었다고 보인다. 일면식도 없었으나 검여 선생을 통해 흠모하게 돼 자비를 들여 1993년 전 4권의 '우현 고유섭 전집'을 냈던 것이다.
▲일개 고서점으로서는 힘에 겨운 일이었음에도 수지를 돌아보지 않고 과감하게 전집을 펴낸 선생에게 인천 문화계는 큰 빚을 졌지만, 그 동안 그에 대해 일말의 감사의 뜻을 표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그 뒤를 이어서 최근 우현 전집을 완간한 '열화당'은 행복한 편이다.
▲우현 선생의 제자이자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을 지낸 진홍섭, 황수영 선생들의 노력으로 GS칼텍스가 5000만 원을 지원해 열화당이 2005년부터 내기 시작해 최근에 전 10권의 전집 중 마지막 권 '조선금석학 초고'를 출판했다는 것인데, 뒤늦은 갈채가 왠지 어색해 보였다.
▲어려운 시절, 추모비를 세웠던 신태범, 이경성, 김상봉, 김양수 선생들과 광복 후 최초로 인천인(우현 선생)의 동상을 세운 새얼문화재단, 첫 전집을 과감하게 발간한 통문관 산기 선생 등은 우리가 오래도록 기억해야 할 문화의 선구셨던 것이다.
/주필
2013년 06월 12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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