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최종설(70회) 교육의 눈/피아골에 핀 사랑꽃 (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일보(13. 7. 2)
▧ 교육의 눈 ▧
피아골에 핀 사랑꽃
/최종설 희망교육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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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장에 매실이 한창이다. 대부분 전라도 광양과 구례 등지에서 온 매실을 보면 지리산 피아골의 누님이 생각난다. 매년 봄이면 어김없이 TV와 신문 등 매스컴에서 앞을 다투어 소개하는 봄꽃의 명소가 있다. 산수유와 매화가 흐드러지게 피는 곳, 바로 구례·하동·광양의 섬진강변이다. 구례 화엄사를 지나 하동의 화개장터와 광양의 매실농원과 왕시루봉 아래 피아골 연곡사 주변이다. 말 그대로 꽃대궐이다.
이곳에는 내 가슴에 언제나 애틋하게 다가오는 사연 많은 누님이 사신다. 나에게는 누님이 세 분 계신다.
그러나 이 누님은 친누님이 아니라 고등학교 동창 친구의 누님이다. 고등학교 때인 지난 1968년 김포와 전남 광양에서 인천으로 유학을 온 나와 친구인 김준배. 시골 촌닭들이 서로 외로움을 달래며 우정을 쌓았다. 공부도 잘하고 똑똑한 친구였는데, 꿈을 이루지 못하고 가슴 아픈 사연을 간직한 채 십여 년 전 세상을 떠나 섬진강이 내려다 보이는 고향 뒷산에 잠들어 있다.
친구 장례식장에서 처음 만난 누님에게선 친근감이 들었다. 물론 친구에게 지리산 피아골에 누님이 사신다는 말을 자주 들어왔다. 친구의 죽음을 슬퍼하며 대구의 장례식장을 떠나오는 나에게 이별이 아쉬워 멀리까지 따라오시며,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 배웅하던 누님의 모습이 아름다운 전율로 새겨졌다. 그 후로 누님과 나는 죽은 동생을 대신해 서로 위로와 안부를 전하며 마음의 정을 쌓았다. 휴가철에는 지리산 피아골을 찾았고, 왕시루봉 기슭에 매달린 그림 같은 집에서 고향의 정취를 느꼈다. 죽은 동생을 보듯 반갑게 맞아주는 누님은 천사와 같은 모습이었고, 깨끗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누님의 삶은 존경을 넘어 내 우상이었다. 초등학생만한 체구에 아름다운 눈, 까무잡잡한 얼굴, 투박한 손, 뽀글이 파마의 누님. 몸빼 차림으로 눈이 아직 녹지 않은 피아골 왕시루봉 8부 능선을 누비며 고로쇠물 채취로 1년을 시작해 녹차재배, 산나물채취, 토종꿀, 논농사, 밭농사, 가축사육, 밤농사 등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사는 분이다. 신앙생활도 열심인 누님은 70이 넘은 나이에 안타깝고 애처로울 정도로 고된 나날을 보낸다.
지리산의 다람쥐와 반달곰 같은, 그리고 천왕봉 기슭에 청초하게 핀 야생화 같은 누님 김옥숙! 어머니 마음으로 사시사철 모든것을 챙겨 보낸다. 고로쇠 물로부터 가장 좋은 녹차, 온갖 산나물, 쌀, 감자, 밤, 토종꿀까지 무공해 자연산을 정성을 다해 보낸다. 이를 먹고마실 때마다 누님의 따뜻한 사랑을 느낀다. 정말로 엄마와 같이 포근하고 따뜻한 누님이다. 오늘도 힘겹게 매실을 따고 고사리를 꺾으러 지리산 능선을 다람쥐처럼 뛰어다닐 누님을 생각하면 목이 메이고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가슴이 저려온다.
택배로 보내온 매실상자를 쓰다듬으면서 옛날 시골에서 모든것이 부족했지만 부모형제가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던 시절이 떠올랐다.
요즘 세상이 각박해져 부모형제와도 싸우면서 힘들게 살아가는 터에 진정으로 사랑과 정이 무엇이고 사람 사는 게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교육, 아이들에게 참다운 인간관계를 가르치는 인성교육을 강화해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2013년 07월 02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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