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서예·서법·서도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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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3. 7. 5)
조우성의 미추홀 - 서예·서법·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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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글씨 쓰기'를 바라보는 동양 3국의 태도는 다소 다르다. 우리는 예술적 차원의 하나로 봐 '서예(書藝)'라고 하는 데 비해, 일본은 정신적 수련의 한 과정으로 생각해 '서도(書道)'라 하고, 중국은 실용적, 방법적 측면을 강조해 '서법(書法)'이라고 하는 등 미묘한 차가 있다.
▶그러나 3국이 고래로 붓글씨 쓰기를 사대부가 갖춰야 할 기본소양으로 삼아 왔고, 그에 숙달하기 위해 오랜 기간 수련했던 것은 같다고 보인다. 과거제도가 있던 19세기 초까지 과지(科紙)를 작성하는 필기구는 붓이었으니 탁졸(卓拙)이 당락에 영향을 미쳤을 것은 뻔하다.
▶구한말에서부터 일제강점기, 광복 직후에 이르기까지 민간이 주고받은 편지의 대부분을 붓글씨로 썼던 것은 그 같은 인식과 사정을 말해 준다고 하겠다. 학교 현장에서도 '서예'를 교과 과정으로 행해 얇은 습자지에 쓴 붓글씨를 교실 뒤 게시판에 붙여 권장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런데 언제부터였는가 학교에서 '서예 시간'이 슬그머니 사라졌다. 컴퓨터 만능시대 열풍에 밀려난 것이다. 글자 한 자 한 자를 정성스럽게 쓰는 정서적, 예술적 교육 대신 1분간 컴퓨터 자판을 누가 더 칠 수 있는가 겨루는 기능과 경쟁 위주의 시대로 바뀌었던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초·중·고·대학생에게 '서법'을 필수로 가르치고 있고, 일본도 각종 지역 대회를 연다. 이달 27일 에히메 현 추오 시가 주최하는 전국서도대회에는 51개 고교가 참가하고, 전국지 '마이니치신문'도 대회를 따로 열어 그 입상자를 2개 면에 걸쳐 일일이 소개한다.
▶지난 6월 초에는 아프리카개발회의가 있었다. 일본 측은 방문한 각국정상의 영부인들에게 요코하마 뉴그랜드 호텔에 마련한 지역 중·고교 학생들의 '서도'와 합창을 곁들인 퍼포먼스를 관람하게 했다. '서도'를 일본 고유의 전통문화로 아프리카인들에게 소개했던 것이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철학자 펑유란(憑友蘭)이 쓴 서예 족자를 방중 선물로 받아 화제다. 당나라 왕창령(王昌齡)의 시 '부용루송신점(芙蓉樓送辛漸)'을 쓴 것인데 국가문화재라 한다. 3국 공유의 문화교류 증진과 학교서예 부활을 논의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주필
2013년 07월 05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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