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아지노모도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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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3. 4.15)
조우성의 미추홀 - 아지노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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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광고 효시는 인천 세창양행의 상품안내 광고 '고백(告白)'이었는데 1910년 한국인의 신문 발행이 금지되면서 광고계를 주름잡았던 건 일본 기업들이었다. 주종은 약품이었지만, 새로 등장한 '라이온치약', '대학목약(目藥)', '일본맥주', '아지노모도'가 인기였다.
▶그 가운데서도 '아지노모(味の素)'가 대표적 브랜드였는데, 일제 강점기 내내 국내 광고 시장을 석권했다. "모든 음식을 맛있게 하는 아지노모/음식이 맛이 있어서!/입맛이 당겨/먹을 만한데-" 운운하는 문구와 함께 신선로가 놓인 밥상머리에 앉은 부부의 삽화가 유명했다.
▶'한국 브랜드의 진화 및 발전'(김재일·서울대출판부)은 "스즈키 상점이 10여 년에 걸친 광고 캠페인을 통해 아지노모도를 소비자의 인식 속에 인공조미료의 대명사로 자리 잡게 했다."고 전한다. 전통 조미료인 간장, 된장, 고추장 등으로 맛을 내던 법이 바뀌었던 것이다.
▶다시마를 우려낸 국물의 감칠맛 성분이 글루타민산 소다인 것을 알아내 1908년에 그와 같은 물질로 만든 조미료가 '아지노모도'였다. 그 후 핵산계 조미료도 발명되었고, 글루타민산 외에 가다랭이, 표고버섯 등을 원료로 맛을 세분화 해 주부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1946년 제조사 '스즈키 상점'이 회사명을 '아지노모토(주)'로 변경했는데, 패전으로 한국에서의 판매가 부진할밖에 없었다. 그 공백을 1956년 '미원(味元)'이 채웠고, 뒤에 '미풍(味豊)'도 나왔다. 한때 미원의 선점을 시기한 듯 '미원을 뱀 가루로 만든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도안으로 보면, '미원'은 '신설로 디자인' 안에 한자로 '미원' 자를 써 넣은 데 비해 '미풍'은 일본 '아지노모도'의 도안을 통째로 베껴 '미풍' 자만 넣은 것이었는데 둘 다 '아지노모도'의 후광을 이용했다. 맛은 별 차이가 없었던 것 같으나 시장에서는 '미원'이 승리했다.
▶강제로 익혔던 제국주의 지명조차 스스로 지우지 못해 '신도시'를 '송도(松島)'라 부르는 처지에 한 세기 가까이 길들여진 일본풍의 미각적 기억을 아직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것 역시 피장파장이란 생각이다. 제약사로 크게 변신한 '아지노모도'㈜가 '송도'에 투자자로 나선다고 한다. 어쨌거나 가시적인 성과가 있기를 기대한다.
/주필
2013년 04월 15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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