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개항'의 뜻(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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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3. 5.30)
조우성의 미추홀 - '개항'의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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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기여 전의 제물포 개항은 착잡한 역사 전개였다. 내 나라, 내 백성의 뜻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기 때문이다. "제물포는 도성의 인후(咽喉)라, 제물포를 개항하는 것은 곧 조선을 내주는 것과 다름없다"며 도끼 상소를 했던 최익현 선생의 말이 지금도 귀에 쟁쟁한 듯 싶다.
▶개항작업은 전적으로 인천 주재 일본영사관 직원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에 자주적으로 관여한 조선인은 없었다. 그 결과 '일본과의 무관세무역'이라는 황당한 일들이 벌어졌다. 우리에게 '근대화의 의지'가 없던 것은 아니나, 일본의 흉계를 이겨낼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인천개항의 근원적 불행은 거기에 있었다. 마치 "도적들에게 내 집을 털어가라"며 대문을 활짝 열어준 것이 개항이요, 의미를 부여해 봤자 "서구 근대자본주의의 변방에 타의에 의해 편입된 사건"에 불과한 것이다. 인천개항은 일본에 의해 농락당한 역사의 한 장이었다.
▶그럼에도 소위 식민지 근대화 논자들은 해괴한 소리로 "일제강점기가 오늘날의 국가형성에 기틀이 됐다"고 떠드는 모양인데, 한심하기 그지없는 자들이다. '도적질 하는 놈들이 그 집의 장래까지 생각했었다'는 꼴이니 얼마나 가소롭고 역겨운 가치중립병(病)인 줄 모르겠다.
▶그러니 '인천개항'을 '기념'한다거나 심지어 '축하'한다는 식의 망발은 제발 말기로 하자. 역사적 기억으로서 '개항'을 기억하고, 반추하며 두 번 다시 그같은 굴욕을 당하지 말자는 뼈아픈 성찰이 '개항 130주년'을 맞아 우리가 가져야 할 마음의 자세인 것이다.
▶더불어 '제2의 개항'이란 표현도 재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제1의 개항'이 포함외교를 하던 해양의 시대에 일본의 강압으로 문을 연 '제물포 개항'이라면, 오늘 21세기 우주항공의 시대에 전 세계에 능동적으로 하늘을 연 '인천국제공항'의 개항이 진정한 '제2의 인천개항'이 아닌가 싶은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인천항의 기능을 '환항해권 교류의 중심항'으로 발전시키는 일에 게을리 할 수는 없다. 다만 거시적 관점에서 인천 제2개항의 주역은 인천국제공항이며, 그 기능의 확장과 공항의 지역화가 정책적 선수임을 깨달았으면 한다.
/주필
2013년 05월 31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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