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기상청(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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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3. 5. 3)
조우성의 미추홀 - 기상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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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청이 동인천역과 제물포역 사이에 '도원역'을 신설한 것은 1994년 7월11일이었다. 중구 '도원동'에 있다고 해서 '도원역'이라 한 것이다. 연수구 '옥련동'에 있는 역을 '송도역'이라 한 망발보다는 나아 보이지만, 사실은 오십보백보 수준이었다.
▶철도청은 심각한 망각증에 걸려있다. 1905년까지 이곳에 '우각역(牛角驛)'이 존재했을 뿐만 아니라, 국내 최초의 철도기공지였다는 것을 간과한 몰역사적 역명 제정이었던 것이다. 철도청 스스로 근대화의 열망이 서린 유서 깊은 제 역사를 스스로 파묻어버린 셈이었다.
▶일제가 풍신수길을 기려 일컫는 '도산시대(桃山時代)'에서 따와 '도산정(桃山町)'이라는 정명을 강요했고, 광복 후 그에서 '도(桃)' 자를 버리지 못한 채, 도연명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 나오는 선경 '도원'을 느닷없이 차용해 동명으로 했는데, 역명은 그를 답습한 것이었다.
▶같은 외청인 기상청도 '코레일'의 전신인 철도청과 다를 게 없다. 근대적 기상관측을 시작한 곳이 중구 응봉산 정상에 있던 '인천측후소'이고, 그 본관인 백색 원통형 건물은 인천의 상징으로서 시민들의 추억 속에 아련히 간직돼 있었는데 최근 이를 무참히 부숴버렸기 때문이다.
▶진작에 지방문화재로 지정치 않은 시(市)도 문제였지만, 우리나라 최초의 오포대(午砲臺)가 운용되었고, 천체망원경을 설치한 최초의 근대적 천문대도 바로 이곳에 있었으며, 한때 '국립중앙관상대'였다는 역사적 사실을 수십년 간 깡그리 지워버린 것은 못내 안타까운 일이었다.
▶불행 중 다행은 국립자료원에 설계도가 남아있어 복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인천의 기상관측사를 되살려 인근에 '특수박물관'을 만든다면, 그나마 기상청이 저지른 '역사파괴'에 대한 포용의 면죄부가 되리라 생각한다.
▶그런 차에 기상청이 이번엔 "2100년이면 '송도동(松島洞)'이 바닷물에 잠길 수 있다"는 황당한 보고서를 내놓아 또 한차례 시민들에게 충격을 던져 주고 있다. '1백년간 온실가스 저감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을 때'라는 전적으로 틀린 가정으로 도시이미지에 먹칠을 한 것이다. 기상청, 정신 좀 차려야겠다.
/주필
2013년 05월 0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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