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갑을 논쟁 (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일보(13. 5.15)
조우성의 미추홀 - 갑을 논쟁
( 1019 )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십간(十干)은 육십갑자에서 위의 단위를 이루는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무(戊), 기(己), 경(庚), 신(辛), 임(壬), 계(癸)를 말한다. 이를 십모(十母) 혹은 천간(天干)이라고도 한다. 이 가운데서 위의 단위를 이루는 갑(甲)과 을(乙)을 아울러 가리켜 '갑을'이라 한다.
▶그에서 유추해서 순서나 우열을 가릴 때 첫째와 둘째를 대신해 말하기도 한다. 예를들어 "다들 실력이 비슷해 '갑을'을 가리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자해사전에서는 '갑'을 거북의 등딱지, 떡잎이 씨의 껍질을 인 채 땅밖으로 돋아 나온 것을 본 뜬 상형문자라고 설명한다.
▶또다른 해석도 있다. 곽말약(郭沫若)은 '갑골문자연구'에서 '물고기의 비늘'이라 했고, '설문해자'는 '일설에 사람의 머리가 마땅히 으뜸이므로 갑(甲)은 사람의 머리를 그린 것'이라고 했다. '을(乙)'은 '자주색 제비가 둥지에 앉아 쉬고 있는 모습'이라고 '한자정해'는 플이한다.
▶최근 이 두 자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사회적 의제만들기에 꾀가 많은 모신문이 '갑을관계'를 들고 나온 후에 전 사회가 사회진단의 도구로써 '갑을'이라는 돋보기만 사용하려는 듯한 이상현상이다. 그러나 '갑을 구조'만으로 세상을 파악하려는 것은 시각의 단순화일 뿐이다.
▶주종, 종속, 억압의 구조가 갖가지 형태로 변형돼 사회의 그늘진 구석에서 막강한 힘을 구사하고 있는 현실은 마땅히 개선돼야 하지만, 가령 군대나 경찰 조직에서의 '갑을구조'는 태생적인 동시에 그 집단적 구조를 지탱케 하는 근간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이다.
▶따지고 보면 '갑을의 구조' 밖에서 사는 인간은 없다. 한때 '을'이었다가 어느날 '갑'의 위치로 올라서는 과정을 세속적으로 '출세'라 하는지도 모른다. 교수들 앞에서 대학총장이 '갑'이라 자만할 수 있을지 모르나 동시에 교육부장관 앞에 서면 그도 '을'이 되는 이치와 같다.
▶어느 학자가 '농민'만은 '갑'의 인생을 산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과연 그럴까? 따지고 보면, 농민도 '을'이다. 그 앞엔 '거대농협'이 있고, 하늘엔 천기를 좌우하는 하느님이 계시지 않은가? 인간은 본질적으로 '갑'이자 '을'이다. 각자의 인간적 성찰이 요할 뿐이다.
/주필
2013년 05월 15일 (수)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