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 /망징편 (亡徵篇)(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일보(13. 1. 2)
망징편 (亡徵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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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사년 벽두에 '한비자(韓非子)'를 펴든다.
바람 찬 겨울에 나라가 새 출발점에 서 있다는 생각에서다.
55편의 말씀 가운데 청년기에 읽었던 '망징편'이 잡힌다.
'망징(亡徵)'이라면 문자 그대로 '나라가 망하는 징조'를 모아놓은 경계인데, 그 장에 사례가 47가지나 된다.
▶'한비자'가 초지일관 말하는 바는 망국의 징후를 제때 포착해 일사불란하게 나라를 고치지 않으면 그 나라는 멸망의 길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는 전국시대 말의 사회적 혼란상이 반영돼 있기는 하겠지만, 오늘에 비추어도 이 땅의 3권(三權) 행태와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법령과 금법(禁法)을 가볍게 여기고, 모략과 꾀에만 힘쓰고, 나라 안의 정치는 황폐하게 만들고, 나라 밖의 외교와 원조에만 의지하면 그 나라는 망한다." 2장이다.
검·판사까지 법을 조롱하는 위기의 사법 풍조와 권모술수에 죽고 사는 정치계 현실을 연상케 한다.
▶"여러 신하들이 쓸모없는 학문만 익히고. 귀족의 자식들은 변설을 즐기며, 장사꾼들은 재화를 나라 밖으로 빼돌려 쌓아놓고, 백성들은 나라 안에서 곤궁하게 지내게 되면 그 나라는 망한다." 3장이다.
재벌의 지나친 국부 점유와 유출, 빈부 격차 심화의 비유로 읽힌다.
▶"임금이 신하들의 의견을 들을 때, 많은 벼슬아치들의 말을 증거로 참고하여 알아보지 않고 오직 한 사람만을 밖으로 내보내 정보를 얻는 창구로 삼는다면 그 나라는 망한다." 6장이다.
사람이나 정책을 정하는 데는 많은 이의 의견을 구해야 한다는 게 고금의 가르침이다.
▶"나라가 작으면서도 큰 나라에 대해 겸손하지 않고, 힘은 약하면서 강한 나라를 겁내지 않으며, 무례하게도 이웃의 큰 나라를 업신여기고, 탐욕만 추구하고 외교에 졸렬하면 그 나라는 망한다." 19장이다.
또다시 '동북아 균형자'를 운운하는 착오는 없으리라 믿고 싶다.
▶"대신의 자리가 지나치게 높고 귀하게 되면, 그를 따르는 자가 많이 생겨나 무리를 만들어 강해진다. 그들이 임금의 판단을 가로막고 나라의 권력을 제멋대로 행하면 그 나라는 망한다." 39장이다.
입법·사법·행정에 있는 자들이 계파를 키워 멋대로 권력을 행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경계다.
새해에 다시 읽어본 '한비자'의 교훈이다.
/ 주필
2013년 01월 02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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