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레미제라블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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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3. 1. 9)
조우성의 미추홀 - 레미제라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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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과 영화는 1차적으로 광고를 통해 만난다. 한국의 첫 영화 '의리적 구투(義理的仇鬪)' 이래 달라진 게 거의 없는 전통적인 홍보수단이다. 최근엔 포스터보다 영상매체를 통한 예고편을 더 활용하지만, 관객의 관심을 끌 만한 정보를 가급적 많이 담아내려는 건 똑같다.
▶그런 점에서 이번 '레미제라블'은 상도의에 어긋난다. 포스터나 예고편에서는 이 영화가 일반영화와는 다른 '뮤지컬'이라는 사실을 내세워 밝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관객동원에 차질이 있을까 벌인 잔꾀 같은데 극장엘 가보니 상영중 퇴장하는 관객도 한둘 눈에 띄었다.
▶뮤지컬에 익숙치 않은 관객은 속은 셈인데, 언론매체들이 너도나도 뉴스와 자막을 동원해 떠드는 것에 비해 실제로 영화는 지루하고, 뮤지컬 특유의 재미도 별로였다. '자베르'역으로 출연했던 '러셀 크로우'(48)가 한 혹평에 공감했다. 역대 '레미제라블' 가운데서도 중지중(中之中)으로 보였다.
▶'장발장'과 '자베르'의 쫒고쫓기는 반전과 혁명 전야의 분위기, 그 속에 피어난 '코제트'와 '마리우스'의 사랑을 설득력 있게 형상화하기에는 '뮤지컬' 형식이 적합치 않다고 생각하며 'END'를 기다려야 했다. 감독의 작의에 공감하기보다는 화면만 크고 화려해 보였다.
▶영화 '레미제라블'의 역사는 오래다. 1927년 서울 단성사에 '희무정(噫無情)'이란 이름으로 처음 상영됐다. 그 후 수차례 국내에 소개됐지만 요즘같은 '열풍'은 없었다. '리노 벤추라'(1987년)와 '쟝뽈 벨몽도'(1995년)가 주연한 것도 있었으나, 1998년 '리암 니슨'이 주연으로 나온 영화가 단연 인상적이다.
▶'제프리 러쉬'의 '자베르' 연기도 일품이었다. 하지만 1998년 한국사회는 '빌 오거스트' 감독의 작품에 눈길을 주지 않았다. 반면에 뮤지컬 본고장인 구미 각국에서 현재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레미제라블'에 벌써 420만명의 국내관객이 들었다니 무슨 일이 터졌나 싶을 정도다.
▶초판 3000부를 찍는 출판계에서 빅톨 유고의 동명소설을 15만부나 팔았다는 것도 '문화적 기현상'이다. 여기서 영화를 '정치교과서'쯤으로 읽는 비평가들, 호들갑 떠는 신문과 방송들, 거대 영화자본의 상영관 독점과 교묘한 선전술 등 비상식적 합작을 다시금 눈여겨보게 된다.
/주필
2013년 01월 09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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