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하나된 국민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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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3. 3. 4)
조우성의 미추홀 - 하나된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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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3·1절 기념식장에서 이판사판인 양 막 가고 있는 일본을 향해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역사적 입장은 천년의 역사가 흘러도 변할 수 없는 것"이라며 "역사를 올바르게 직시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엄중하게 촉구했다.
▶북한에 대해서도 "핵개발과 도발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고 고립과 고통만 커진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핵을 포기하고 도발을 중지할 때에만(중략) 남북한 공동 발전의 길이 열릴 것"이라는 뜻을 천명했다. 공존의 여지는 뒀지만 단호함이 보였다.
▶이어서 또다시 "도발을 할 때에는 더욱 강력하게 대응하되 북한이 올바른 선택으로 변화의 길을 걷고자 한다면 더욱 유연하게 접근할 것"이니 북한도 "그 동안의 남북 합의와 국제적 합의를 존중하고, 서로를 인정하는 신뢰의 길로 나오기 바란다."고 권고했다. 진전된 대북 표명이었다.
▶그러나 그에 비해 식장 연단 뒤에 커다랗게 써 붙인 새 정부의 정책 구호는 어디서 본 듯하고 무덤덤하게 느껴졌다. 기념사가 끝나기 전에 '하나된 국민'이란 문구가 지지난 정부 때의 '짝퉁'이자, 국민 모두가 지켜야 할 문법을 파괴한 조사(措辭)임을 떠올리게 했다.
▶'하나된 민족'이 슬그머니 '하나된 국민'으로 변용된 것인데 그렇다고 '하나된'이란 언론용 '비문법'이 용납되는 것은 아니다. 분단의 현실을 빗대 '둘된 민족'이라고 말할 수 없듯 '하나된 민족'은 일단 '하나가 된 민족'이라고 해야 맞는데 그 오류를 무신경하게 따라 한 것이다.
▶더 따지고 들면, 광복 후 '민족'은 '하나'가 됐던 적이 없다. 그럼에도 '하나된 민족'이라고 '과거'를 나타내는 관형사형 어미를 써 기정사실화 했던 것은 분단 상황에 대한 인식을 무디게 한 묘한 수사였다. '하나된 민족'이 아니라, '하나가 돼야 할 민족'이 맞다.
▶그런데 이번엔 새 정부가 그 유사품인 '하나된 국민'을 내붙였다. 역시 미래의 희망을 임의적으로 '과거'로써 얼버무린 정치 수사이다. 시대적 담론을 '민족'에서 '국민'으로 바꾸려는 의도인지는 모르나, 다양성이 국가 자산인 21세기에 '국민'을 '하나'가 되게 해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2013년 03월 04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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