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기묘한 춤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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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3. 3.25)
조우성의 미추홀 - 기묘한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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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지(博物誌)'를 쓴 프랑스의 작가 '르나르'는 사물에 대한 풍자와 통찰력이 뛰어났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글에 군더더기가 없다. 예를 들어 '뱀'을 가리켜 단 한 단어로 '길다'고만 한 그다. 만일 '르나르' 식으로 일본을 일어(一語)로 표현한다면 무엇이라 해야 할까?
▶비 일본인이 쓴 일본인론(論) 가운데 일본서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알려진 '축소지향의 일본인(저자 이어령)'의 견해를 쫓아 말한다면, 단연코 '작다'라고 할수밖에 없다. 일본인들은 '작은 것이 아름답다'고 줄곧 주장해 왔고, 그에 준거해 지금까지 쉬지 않고 사물을 작게 만들어 온 바 있다.
▶그 적응력도 뒤어나다. 어쩌다 주먹만 한 진공관을 손톱 크기로 축소시켜 트랜지스터를 발명한 것은 미국인이지만, 그것을 라디오 산업에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해 때돈을 번 것은 일본이었다. 놀랄 일이 아니다. '소니'의 탄생은 그들 특유의 축소 문화적 DNA와 깊은 관련이 있는 것이다.
▶최근에도 일본에서 '축소 문화'가 화제가 됐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도쿄의 '철판(凸版)인쇄㈜'가 사방 0.5㎜인 세계 최소의 책 '사계의 화초'를 지난주 발행했다. 상품권을 만들 때 구사하는 초미세 기술을 활용해서 꽃 이름과 일러스트를 인쇄했다는 것이다.
▶총 22쪽에 꽃 이름을 히라가나와 가다가나, 한자, 알파벳 4종으로 표기했고, 러시아가 사방 0.9㎜짜리 책을 만들었던 지금까지의 기록을 깬 것이어서 기네스북에 올리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는 얘기다. 육안으로는 읽기 어려워 확대경까지 합쳐 약 40만원에 판다니 꽤 고가이다.
▶그런데 눈을 돌려 일본 열도가 열광하는 '스모'를 보면, 초점이 달라진다. 이번엔 '큰 것이 아름답다' 쯤으로 보인다. 체구가 왜소해 예부터 왜인이라 불렸던 게 그들인데, '스모' 선수만은 평균적 일본인보다 몸을 훨씬 부풀려 '거인 씨름판'을 만들어 놓고 환호하는 것이다.
▶이 양면성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는 지금도 주변국의 숙제다. '국화와 칼'을 양손에 쥐고 추는 그들의 춤은 기묘한 전율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아베' 일본 총리가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운운하면서, A급 전범은 다 무죄라고 떠든 말이 문득 생각난다.
/주필
2013년 03월 25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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