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가짜박사(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일보(13. 3.27)
조우성의 미추홀 - 가짜박사
( 998 )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필자에게 박사학위를 준 분은 대학 총장이 아니라, 박승숙 전 중구청장이셨다. 필자는 늘 '조 박사'였다. 당신 생각에 편하신 호칭이 없어서였는지는 모르나 진짜 박사들 사이에서도 필자를 서슴없이 '박사'라 부르고, 그리 대해 주셨다. 가짜였지만, 필자도 주눅이 든 적은 없었다.
▶그저 별호이겠거니 했다. 어쩌면 잠재의식 속의 필자가 그 호칭을 은근히 즐기며 '교수'의 꿈을 접은 대학원 중퇴 학력에 분칠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진짜박사들보다 못한 게 뭐 있냐" 이런 '과대망상' 등등. 그렇다고 단 한번도 '박사'를 사칭한 적은 없다.
▶어쨌거나 '박사학위'가 출세의 보증수표가 된 지는 오래다. 어떤 경우엔 사시(司試), 행시(行試)보다 약발이 세다. 너도나도 '박사'가 되려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고 보인다. 그 중 제일 기이하게 생각되는 것은 예술한다는 이들까지도 경쟁적으로 '박사'가 되려는 현상이다.
▶시인 박사, 가수 박사, 배우 박사가 천지사방에 널려 바야흐로 '박사 풍년'이다. 하지만 시인, 소설가가 박사가 돼야 더 폼 난다고 보는 이 땅의 풍토를 어찌 이해해야 할지 난감하다. 거기에 문학지 주간이나 편집장쯤 되면 무소불위, 통하지 않는 것이 없는 문단의 총아가 된다.
▶그런데 최근 그런저런 '박사'들 가운데 '표절박사'가 한둘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괜한 우스개가 아니라, 과거에 박사학위 논문 한 편 못 써봤던 것을 요즘 들어 천만다행으로 생각하게 됐다. 세상에 세태란 게 있는데 필자라고 해서 별 뾰족한 수가 있었겠냐 싶어서이다.
▶필자의 지적 허영과 대학의 '박사 양산사업'이 야합한 결과로 학위논문을 쓰게 됐다면, 결국 이 논문, 저 논문의 틈바구니를 헤집고 다녔을 게 뻔하니 아찔해진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고도 하고, 세상이 지식베끼기에 의해 발전해 왔다는 것은 다 아는 일이다.
▶그러나 '뉴턴'이 위대한 것은 선대의 지식을 베끼기만 한 것이 아니라,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데 있다. 그런 면에서박사학위 논문의 표절은 불행한 일이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가짜박사'로 나앉는 편이 양심적일 것같다.
/주필
2013년 03월 27일 (수)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