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인물론(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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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3. 4.10)
조우성의 미추홀-인물론
( 1004 )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봄부터 소쩍새는/그렇게 울었나 보다.//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천둥은 먹구름 속에서//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중략> 간밤에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미당 서정주 시인의 시 '국화 옆에서'의 일부이다.
▶한 송이의 국화꽃도 저 혼자가 아니라 소쩍새, 천둥, 무서리 그리고 나, 즉 삼라만상의 멀고 가까운 인연 속에서 비로소 피는 것이라는 말씀이다. 어찌 국화꽃뿐일까? 키 작은 민들레, 하늘하늘 춤추는 코스모스, 사자의 갈기를 달고 으스대는 해바라기도 혼자 크는 법은 없다.
▶소싯적에 '인천의 삼재(三才)'란 칭송을 들었던한 원로가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는데 여태 잊히지 않는다. "나는 60세까지도 내가 잘 나 이만큼 누리며 살아온 줄 여겼다. 그런데 죽음을 앞두고 보니, 그게 다 주위에서 나를 음양으로 도와준 덕분이란 것을 겨우 알았다"
▶인생의 긴 여로에서 그때, 그가, 마침 그 자리에 있었다는 시운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겠고 젊음의 뒤안길 같은 과정도 있었겠지만, 나 이외의 타자의 보살핌 없이는 개화 자체가 백일몽이라는 말씀이 아니었을까 싶다. 더구나 그 꽃이 세상에 없던 신종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그 빛과 향기를 새롭게 지니고 태어난 꽃은 대개 이단이나 별종으로 배척되기 일쑤고, 개성이나 독창성은 집단적 질시에 의해 묵살되는 것이 보편적 인심이다.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이, 에디슨 등이 겪었던 고초를 강요하는 병적인 '이지메사회'는 이제 없어져야 한다.
▶그런 뜻에서 최근 한 인터뷰에서 "스티브잡스도 훌륭하지만, 더 훌륭한 것은 잡스의 재능을 알아본 회사임원들"이라고 한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의 견해에 공감한다.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알아볼 안목을 가진 '사람'과 '사회분위기'가 없었음을 지적한 것이다.
▶해양수산부가 아직 걸려 있지만 새 정부의 인사가 어수선한 정세 속에서 마무리되고 있는 시점이다. 그간 각급 인사에 대해 '인천푸대접'을 논했던게 지역사회의 여론이었는데, 한번쯤은 우리가 어떻게 '사람'을 보살펴왔던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주필
2013년 04월 10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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