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정승열(65회) 세상思 /교육열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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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3. 4.25)
세상思 /
교육열
/정승열인천문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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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열에 대해 말하라고 한다면 우리나라를 빼놓고는 말이 안 될 정도이다. 우리나라 교육열은 세계에서도 인정하는 터이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빈곤했던 처지에서 오늘날 이만큼 경제성장을 이루고 선진국 문턱을 넘보고 있는 위치까지 오르게 된 데에는 국민들의 높은 교육열이 크게 기여했다고 해도 그리 잘못은 아닐 것이다. 거기다가 문자 미해득자가 가장 적은 나라라는 칭송과 고학력 진학률이 가장 높다는 부러움을 사는 기반에는 역시 교육열에 있다고 보겠다.
거기에는 교육을 통해 신분상승을 이룰 수 환경이 이미 옛날 과거제도에서 파생된 전설과 설화를 통해 조성되었고 그것이 광복된 새사회에서 확실하게 제도적으로 정착된 탓이다. 그러나 이렇게 우리가 자랑스럽게 여기는 교육열이 그동안 역대 정부와 정책입안자들이 이용만 해먹고 정책적으로 품어주지 않은 탓에 현재 와서는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다.
역대 정부와 정책가 심지어 교육학자들이 교육열에 대해 오류를 범한 것은 국민의 교육열을 몰랐기 때문이 아니라 높은 교육열을 이용해 자기들이 해야할 투자를 생략해 왔다는데 있다. 국민 스스로가 자기 돈으로 자녀의 교육문제를 해결하고 있으니 국가는 교육에 대한 투자를 방치해도 된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래서 우리는 최근까지 교육정책에서 손꼽히는 교육후진국이라는 소리를 들어 왔다. 가장 평범한 원칙, 모든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곳이 정책의 중심에 서야하며 투자도 우선해야 한다는 원칙이 처음부터 적용됐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오늘날 사교육비 때문에 고통을 받는 부모들의 눈물을 벌써 막을 수 있었다. 대학교 학비 때문에 겪는 부모의 희생과 젊은이의 고통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교육정책가나 교육학자들이 우리나라 각종 교육문제를 언급할 때 대학입시 위주 교육 때문이라고 학교교육을 질타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 그래서 입시 위주의 학교교육을 뜯어 고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렇게 뜯어고친 교육정책이 별로 성공한 예가 없다. 왜 그럴까.
70년대 과외열풍을 막는 조치로 명문중 폐쇄가 그렇고, 80년대 과외금지 조치와 고교입시 폐지, 그리고 이어진 고교평준화도 결국 많은 문제만 낳았다. 90년대 대입 중심의 고교 심야 수업을 폐지하는 바람에 학원이 번창하고 사교육비가 치솟아 오르니까 2000년대 들어 학원 심야 수업 폐지와 사교육비 경감대책을 들고 나와 학원을 압박했지만 지금까지 성과를 거두었다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2010년대 들어와서는 집단괴롭힘과 학교폭력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니까 이것 역시 대입교육으로 인한 경쟁교육 때문이라며 학교교육을 몰아붙이고 있다. 그러나 교육학자나 정책입안자들이 놓치고 있는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다. 입시교육을을 야기시키는 근본적인 에너지가 학교교육 자체 이전에 학부모의 높은 교육열에서 나오고 있음을 너무 경시하고 있다는 말이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식교육에 대해서라면 일부로 이사도 가고 심지어 유학과 이민도 마다하지 않는 열정을 가졌다는 것을 놓쳐서는 안 된다. 그런 환경에서 학생들 성적이 떨어지는 학교가 살아남을 확률은 거의 없다. 이런 환경을 무시하고 학교만 가지고 목을 죄고 심지어 처방이랍시고 외국의 교육사례를 가져다 무리하게 적용해 결국 혼란만 가중시켰다.
외국교육방법을 적용했다가 설사만 하고 끝난 예는 한둘이 아니다. 1980년대에 외국의 완전학습기법을 들여다가 우리나라 전국 초중고를 들끓게 했던 적이 있다. 그때 어떤 외국학자가 한국에선 도저히 완전학습이 이루어 질 수 없다고 단언했다. 학급당 인원이 50명이 넘는 한국을 보고, 학급당 인원이 20명이 넘으면 완전학습을 이룰 수 없다는 지적이었다. 문제핵심은 역대 정부가 학급당 인원수에 대해 별로 투자할 생각이 없었다는데 있다. 이제라도 정부와 교육정책 입안자는 국민의 교육열을 정책중심에 놓고 그를 만족시킬 수 있는 투자를 우선순위에 두었으면 한다.
2013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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