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정치소품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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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3. 3.13)
조우성의 미추홀 - 정치소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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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학자들은 별의별 도구를 다 창작해 내 시각의 다양성을 강조해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결국 사물을 눈으로 읽느냐, 마음으로 읽느냐는 것으로 대별되고 있는 듯싶다. 그렇지 않고서는 해석이 안 되는 일들이 너무 많다.
▶박애, 봉사, 헌신, 충정, 애국, 총명, 긍지의 인물로 일컬어지거나, 칭송 받아온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사실은 저잣거리의 장삼이사보다 심안(心眼)이 약해 사물을 더듬기 일쑤이고, 종국에는 그걸 먹어 제 배를 채워야 존재를 실감하는 걸 보면 유물론은 아직 득세 중이다.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 같은 '눈으로읽는 철학'이 유치하게 보이니, 한용운 시인의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알 수 없어요' 중 일부)라는 인식의 세계를 알아들을 리 없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존재한다'고 믿는 유물론자들이 무신론을 주장하는 것은 그래서 당연한 귀결로 보인다. '스푸트니크 쇼크'를 주었던 소련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이 지상에 내려와 "하늘에 하느님은 없었다"고 말한 게 그 한 예이다. 하긴, 그것이 그들의 '인간적 진실'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라면 모를까, 20세기 대명천지에 레닌, 스탈린, 모택동, 호찌민, 김일성, 김정일에 이어 베네수엘라의 차베스까지 '미라' 신세가 되게 한 것은 대자연의 섭리에 어긋나는 살아있는 자들의 정치 소품으로밖에 뵈지 않는다.
▶차베스 자신도 생전에 '시신 전시'를 끔찍하다고 했다지만, 그가 누가 됐든 몸에서 뇌와 내장과 피를 다 뽑고 포르말린, 파라핀 등으로 방부 처리를 해 유리관에 넣어 '숭배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인간 존중 사상'과도 동떨어진 유물론적 '바버리즘'이라 아니할 수 없다.
▶더구나 생전에 그들이 인민과 더불어 산 '평등의 화신'들이었다면, 인민들과 함께 자연으로 돌아가는 게 순리가 아닐까 싶다. 연암 박지원은 일찍이 '일야구도하기(一夜九渡河記)'에서 눈으로만 사물을 보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말한 바 있다.
/주필
2013년 03월 13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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