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제가 할아버지에게 1억을 드리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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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데릴러 오세요!!"
"그래, 알았다. 어디로 가야 하느냐?"
"여자 중학교로요."
중학교 1학년에 다니는 현빈이가 그래도 공부를 꽤나 잘 해서
영재 학생으로 선발돼 금요일 날은 학교정규 수업을 다 마치고도
여자 중학교에 따로 모여 영재 교육을 끝낸 후
너무 늦은 시간이라
혼자 걸어서 집에 오기에는 어려워 전화를 한 것이다.
아무리 바빠도 손주가 데리러 오라고 하는데 기쁘기 그지없다.
어스름한 읍내를 달리다가 한 취객을 보면서 현빈이가 하는 말
"할아버지 난 앞으로 술도 안 먹고 담배도 안 피울거에요."
"그래, 어찌 그런 생각을 하게 됐냐?"
"우리 친할아버지도 술, 담배 많이 하다가 일찍 돌아가셨죠
또 우리 아빠도 술 담배 많이 먹다가
결국 엄마하고 헤어지게 됐죠.
또 엄마는 속이 상해서 요즘도 가끔씩 술 많이 먹죠.
그래서 전, 정말 술하고 담배가 싫어졌어요."
"그래 잘 생각했다.
이 할아버지도 아직도 술하고 담배는 먹어보질 못했다."
그런데 그 말을 하는 손주놈이 참 안쓰럽고 측은해 보였다.
어린 마음에 얼마나 상처가 됐으면
어느 새 그런 생각을 하게 됐을까.
그러면서 어릴 때 내 모습이 떠올랐다.
아버님은 힘겨운 삶 속에서도 술과 담배를 많이 하시는 분이셨다.
그로 인해 마음고생이 심하셨던 어머님께서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쯤인가 저녁을 지으시면서
속이 상하셨는지 눈물을 훔치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얘야, 너는 장차 커서라도 술하고 담배는 먹지 말아야 한다."
그 때의 어머님의 간곡한 말씀에
나는 마음속으로 다짐을 했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갈 때까지 어떠한 경우에라도
술과 담배는 하지 않으리라"
그 일이 있은 후 지금까지 한 번도 나는
내 자신과의 약속을 어기지 않고 있다.
또 그 약속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지켜질 것이다.
"현빈아! 그래 그 약속을 이 할아버지와 지킬 수 있겠냐!!"
"네, 지킬 수 있어요."
"만약에 네가 그 약속을 못 지킨다면 어떻게 할 것인데?"
"제가 할아버지한테 1억을 드리겠어요!"
"너, 1억이 얼마나 많은 돈인데,
네가 이제 겨우 중1인데 무슨 돈이 있다고---"
"두고 보세요. 술하고 담배 안 피우면 안줘도 되잖아요----!!"
그 말을 들으며 마음 한편으로 흐믓함을 느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씁쓸함을 금할 수 없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하나님! 장차 손주놈한테 1억을 안 받아도 좋으니
우리 어린 손주 현빈이가
앞으로도 마음이 깨끗하고 순수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장차 주님을 위해 귀하게 쓰임 받는
재목이 되게 하옵소서! ==아 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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