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비문(非文)시대 (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일보(12. 9.26)
조우성의미추홀 /
비문(非文)시대
( 9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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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에 '헌법'이 있듯이, 글 쓰는 데는 누구나 지켜야 할 '문법'이 있다. 한글로 글을 쓰자면 우리 '맞춤법'에 맞게 글을 써야 한다. 제멋대로 조사(措辭)을 구사한다든지, 합당한 이유 없이 비표준어를 남용하거나, 얼토당토 않은 문장부호 사용은 글의 정확한 이해를 가로막는다.
▶예를 들어 너나없이 사용하고 있는 '저희 나라'는 우리말에 없는 단어다. 그럼에도 방송출연자 대부분이 '저희 나라'라고 해 방송국에서는 스튜디오에 '저희 나라-우리 나라'란 표지판까지 게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전쟁'도 국어사전에 없는 단어이다. 표준어가 아니다. 그런데도 일부 소장학자들은 무슨 까닭에선지 표준어 '6·25전쟁' 대신 줄곧 '한국전쟁'을 고집하고 있다. 비표준어 사용은 문학작품이나 지역어 연구 등에 한해 용납되는 것이다.
▶문화 최전선의 일꾼으로 자처하는 출판사들 역시 초법적이다. 언제 누가 시작한 것인지는 모르나 문장부호를 눈 딱 감고 마음 닿는 대로 사용하고 있다. '출판사 맞춤법'을 따로 만든 모양이다. '한글맞춤법통일안'에는 분명히 "특정한 의미를 가지는 날을 나타내는 숫자에는 가운뎃점 'ㆍ'을 쓴다"'고 돼 있으나, 대부분은 '3.1운동' 식으로 표기하고 있다. '3·1운동'이 맞다.
▶따옴표의 경우는 춘추전국시대와 같다. 개인별, 출판사별로 제각각이다. 가로쓰기에는 큰따옴표(" "), 작은따옴표(' ')를 쓰고, 세로쓰기에는 겹낫표(『 』), 낫표(「」)를 쓰기로 약속돼 있는데, 겹낫표와 낫표를 무작정 가로쓰기에 쓰는가 하면, 맞춤법에 없는 정체불명의 부호를 마구 차용하기도 한다.
▶요즘 부쩍 는 존댓말 과다 사용 역시 민망한 수준이다. 부실한 국어교육과 서비스 경쟁 압박을 받고 있는 백화점 여직원들의 심리가 혼재된 말투인 듯싶다. "고객님, 이 상품은 오늘 주문하시면 모레 나오세요." 식이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러고 보면, 우리사회는 두루 '문법'과는 상관없는 언어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저마다 제멋대로 제 말을 쓰며 소릴 높이고 있으니, '소통'이 될 리 없다. 문법적 방언, 이념적 방언, 무지적 방언이 난무하는 언어의 무법천지 시대에 사는 것이다. 언어의 법을 저마다 우습게 아니, 언어로 이뤄진 국법인들 존귀하게 볼까 싶다.
/주필
2012년 09월 26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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