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

한국과 중국 모두 젊은이들의 낮은 출생률과 가파르게 느는 이혼율이 사회적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중국의 젊은층 이혼율은 심상치 않다. 공자가 서른 살에 학문의 기초를 확립했다는 이른바 삼십이립(三十而立)에 빗대 삼십이리(三十而離 : 떠날 리를 써서 이혼의 유행을 말하는 것)가 흔히 쓰이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2015~2019년 결혼은 줄어들고 이혼은 계속 늘어 올해부터는 ‘이혼조정기’를 대폭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으나 젊은이들은 이에 개의치 않는 건 물론 오히려 조정 기간이 길어졌으니 서둘러 이혼 신청 예약을 서두르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중국 사회과학원학부 쑨셴중 위원은 "이혼조정기를 늘인 것은 신중하지 못한 이혼 방지책으로 제지된 해결 방안이었는데 효과에는 의문부호가 달리고 이혼을 철회한 사례도 극히 드물다"고 지적하면서 충동적 결혼과 이혼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인터넷에서도 젊은층의 이혼율 증가에 대해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신중한 결혼을 주문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충동적 선택이 아니라 ‘결혼관이 바뀌었다’, ‘합리적인 결론’이라면서 "부모들은 성인이 된 자녀들의 인생관이나 역할이 변했음을 직시해야 한다"면서 젊은층은 이혼 사유에서 부모들의 간섭과 지나친 요구가 크게 작용한다고 질책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30년 넘게 가사(家事) 재판을 담당해 온 판사는 "많은 젊은이들이 가정을 이루고도 여전히 부모에게 정신적·물질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그들은 부모의 의견에 좌우되기 쉽고, 부부간 갈등이 생기면 상대방과 소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를 찾아가는 경우가 많아 되레 갈등이 증폭되는 걸 본다"고 말하면서 "젊은이들이 정신적 미성년 상태에서 결혼하는 것이 가장 큰 이혼 이유"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젊은이들이 이혼한 100가지 이유’라는 제목의 글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마마보이와 결혼해 입만 열면 우리 엄마가 어떻고라는 말부터 시작한다.", "입에 넣어 꼭꼭 Tlq은 밥을 내 아들에게 먹여주는 시어머니를 보고 도저히 감당이 안 된다", "사는 집부터 시작해서 혼수 6종을 받은 뒤 무슨 일이든 양가 부모의 말을 들어야 하는 건 너무 심하지 않은가." 

이런 등등의 이유를 대면 댓글도 만만치가 않다. "이제 가정과 사회의 안정 유지를 위해 개인의 행복을 희생해야 한다는 전근대적 결혼관은 마땅히 바뀌어야 한다.", "이혼이 문제가 아니라 물질적 이익을 위해 자녀를 결혼시키는 부모들의 인식 구조부터 변화해야 한다.", "젊은층은 주관이 뚜렷하고 독립적이다. 자신에게 합리적 선택을 하는 것이 이혼으로 나타날 뿐이다.", "개방적인 의식의 소산이다.", "이혼할까 말까 고민하는 건 옛날 세대들의 방식이다. 이제는 고민하기보다 이혼하는 것이 당연하다."

과연 이런 의식이 중국에 국한된 것일까? 우리 한국도 매해 결혼하는 수효도 줄고 출생률도 줄고 있으면서 이혼율도 중국보다는 덜 하지만 상당하다는 통계다. 결혼이나 이혼 모두가 개인적인 일일 수는 없다. 무수한 가정의 이해관계인 권익과 효율적 보호는 사회의 조화로운 안정에 크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결혼과 가정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적 여건이 갖춰지지 못한 사회의 변화도 중요하다. 주거할 집과 자녀 양육과 사교육비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사회에서 결혼하는 젊은이의 수효가 줄어들고 출생률이 낮아지면서 이혼율이 높아지는 건 당연지사 아닌가. 

요즘 ‘K신파’라는 것도 그렇다. 한국 영화가 ‘눈물을 짜내는 플롯·연출’에 의존한다는 힐난이 담겨 있다. 흥미로운 점은 소비자가 싫다고 하는데도 생산이 멈추지를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싫다는 소비자가 소수이기 때문이다. 신파로 분류되는 것들 가운데 ‘부모의 희생’이란 게 있다. 물론 옛날 부모들은 제 먹이를 아껴 자식을 먹이고, 허리띠 졸라매며 자식에게 베풀었다. 구조적인 문제였다. 이제 되돌릴 수 없는 희생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오늘의 젊은 세대는 제 부모보다 더 가난해졌다. 장차 제 자식을 위해 희생할 각오도 거의 없다. 그럴 능력도 없다. 중국 젊은이와 결이 조금 다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