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브레이크 없는 권력 폭주의 한 해-도량발호(跳梁跋扈)(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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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기호일보(24.12.11)
브레이크 없는 권력 폭주의 한 해-도량발호(跳梁跋扈)
/원현린 주필(主筆)
원현린 주필(主筆)
교수신문이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한 걸 보니 또 한 해가 지나가고 있음이 실감 난다. 교수들은 2024년 올 한 해를 한마디로 ‘도량발호(跳梁跋扈)’라는 사자성어로 압축 표현했다.
교수들이 선택한 사자성어는 ‘권력이나 세력을 제멋대로 부리며 함부로 날뛰는 행동이 만연하다’는 뜻의 ‘도량발호(跳梁跋扈)’라고 교수신문은 밝혔다.
뛸 도(跳), 들보 량(梁), 밟을 발(跋), 뒤따를 호(扈)의 한자로 이뤄진 ‘도량발호’를 추천한 정태연 중앙대 교수는 "권력자는 국민의 삶을 위해 노력하고 봉사하는 데 권력을 선용해야 함에도, 사적으로 남용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권력을 가진 자가 제멋대로 행동하며, 주변 사람들을 함부로 밟고, 자기 패거리를 이끌고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모습과 다르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권력에는 브레이크가 없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다.
올해 선정된 사자성어는 지난 ‘12·3 비상계엄 선포’가 있기 전일인 2일까지 진행됐다 한다. 어쩌면 계엄선포를 예측이라도 한 듯 ‘도량발호’를 선택했다. 말 그대로 기가 막힌 선택이었다.
혹자는 도량발호만으로는 우리의 현실 정치 상황을 돌이켜 보면 나타내는 의미의 강도가 약하다고도 한다. 최악의 상태를 표현하는 사자성어는 많다.
어느 해인가 선정됐던 ‘국가가 지금 처한 상황이 마치 암흑에 뒤덮혀 도(道)가 없는 것 같이 온통 어지럽다’는 뜻의 ‘혼용무도(昏庸無道)’도 성에 차지 않는다.
지금 국민들은 말 그대로 진구렁텅이나 숯불과 같은 데에 빠졌다는 뜻으로 ‘생활이 몹시 어렵고 비참한 상태에 처해 있음’을 이르는 말 ‘도탄지고(塗炭之苦)’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하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결딴내 놓은 책임은 여야(與野) 가리지 않고 정치권 전체의 공동책임이라 하겠다. 정치 지도층 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국민들은 이제 분노라기보다 허탈감에 빠져 있다. 그 많은 풍요롭고 미래 지향적인 사자성어들을 제쳐 두고 하필이면 해마다 우울하고 비관적인 성어들이 선택되는지 씁쓸할 뿐이다.
여기서 지나간 역대 올해의 사자성어를 인용해 본다. 오리무중(五里霧中);거리가 5리나 되는 안개 속과 같이 희미하고 애매하여 길을 찾기 어렵다.
이합집산(離合集散);헤어졌다가 만나고 만났다가 흩어진다. 우왕좌왕(右往左往);방향을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는 모양.
당동벌이(黨同伐異);같은 사람끼리는 한패가 되고 다른 사람은 배척함. 상화하택(上火下澤);불이 위에 놓이고 연못이 아래에 놓인 모습. 밀운불우(密雲不雨);구름은 짙은데 비는 오지 않는다. 자기기인(自欺欺人);자신을 속이고 남도 속인다.
호질기의(護疾忌醫);병을 숨겨 의사에게 보여주지 않음. 방기곡경 (旁岐曲徑);순리대로 하지 않고, 부당한 방법으로 함.
장두노미(藏頭露尾);머리는 감추고 꼬리는 드러내다. 엄이도종(掩耳盜鐘);자신의 귀를 막고 종을 훔친다. 거세개탁(擧世皆濁);온 세상이 모두 혼탁하다.
도행역시(倒行逆施);순리를 거슬러 행동하다. 지록위마(指鹿爲馬);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우기다. 혼용무도(昏庸無道);세상이 온통 어지럽고 무도하다.
군주민수(君舟民水);임금은 배고 백성은 물이다.
파사현정(破邪顯正);사악한 것을 부수고 바른 것은 드러내다.
임중도원(任重道遠);책임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 공명지조(共命之鳥);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
아시타비(我是他非);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
묘서동처(猫鼠同處);도둑 잡을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되다.
과이불개(過而不改);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 견리망의(見利忘義);이익을 보면 의로움을 잊는다 등이었다.
하나같이 연초에 각계에서 선정됐던 희망의 사자성어는 오간데 없고 해마다 비관적인 네 글자 성어로 결산되곤 한다.
다가오는 새해는 지혜를 상징하는 푸른 뱀의 해, 을사년(乙巳年)이다. 지금까지 잘못된 길을 다시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암울한 회색 세상에 푸른빛을 더하여 활기찬 희망 사회로의 길로 나아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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