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치국(治國)에는 마땅히 사사로움이 없어야 한다-治天下當無私 -(퍼온글)
본문
퍼온곳 : 기호일보(25.)
https://www.kiho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48147
치국(治國)에는 마땅히 사사로움이 없어야 한다-治天下當無私 -
/원현린 주필(主筆)
원현린 주필
나라를 잘 다스리려면 현명한 인재(人才)를 등용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 들어 첫 인사(人事)부터 꼬였다. 오광수 민정수석이 검증 과정에서 허물이 드러나 적임자가 아님이 확인되자 사퇴했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의 경우 재산 축소 의혹 문제 등이 제기돼 국회 동의를 거쳐 임명까지 험난한 길이 예고돼 있다.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지면 이어지는 단추들도 어긋나기 마련이다. 새로운 정부가 탄생하면 인사가 주요 현안이다.
인사 작업 초기부터 하자투성이 인사들이 천거되자 "정권 인수 여유가 없었다"고 변명하는 대통령실과 여권이다. 시간이 급할수록 사사로움을 버리고 공평무사(公平無私)하게 인재를 찾아 기용할 것을 권한다.
대통령실은 진짜 일꾼을 찾는다며 장차관 및 공공기관장 등 고위급 인사를 국민이 직접 추천하는 ‘국민추천제’를 시행했다. 이 추천제가 공정을 위장, 특정 집단이 추천해 밀어주는 인사를 우선적으로 챙기기 위한 것이라면 곤란하다. 그러잖아도 포퓰리즘(populism) 인사 정책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우리에겐 시행착오를 겪을 시간이 없다.
단행되는 인사를 보면 인사청문 대상이 아닌 수석 등 참모진 인선부터 내 식구 챙기기가 우선인 것처럼 보여진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 했다. 집권 초기에는 어느 정부든 의욕은 차고 넘친다. 하지만 시일이 흐를수록 초심의 각오는 깡그리 잊어버리고 앞 정권의 잘못된 전철(前轍)을 밟곤 했다. 실정을 규탄하며 정권 탈취에 성공하지만 유시유종(有始有終)의 미(美)를 거둔 정부는 드물었다. 종국에는 정치의 기본 도리마저 망각해 어렵게 쟁취한 정권을 내주곤 한다.
반식재상(伴食宰相)이라는 말이 있다. 밥이나 축내는 재상이라는 뜻으로, 무위도식(無爲徒食)으로 자리만 차지하는 무능한 관리를 비꼬아 하는 말이다. 능력 없는 한 명의 관료가 나라에 끼치는 손실은 실로 크다. 인사 검증은 송곳 검증일수록 좋다.
자공(子貢)이 신양령(信陽令)이 돼 공자(孔子)에게 인사 차 들렀다. 공자는 "힘써 순리대로 때에 맞추어 하라. 빼앗지 말며, 치지 말며, 포악하지 말며, 도둑질하지 말라"고 했다. 자공이 물었다. "군자(君子)가 어찌 도둑질을 하겠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남이 잘한 것을 자기의 것으로 여기는 것을 도둑질한다고 한다. 군자의 도둑질이 어찌 재물이나 돈에만 해당하겠느냐? 내 듣기에 ‘관리로서의 일을 아는 사람은 법을 받들어 백성을 이롭게 하고, 관리로서의 일을 모르는 사람은 법을 왜곡하여 백성을 침범한다’고 했다. … 관직에 임해서는 공평(公平)을 우선으로 삼고, 재물에 임해서는 청렴(淸廉)을 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공평하고 청렴하면 그 누구도 공격하지 못한다."
제자가 관직에 나아가는 데 관리로서의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라는 경세어(警世語)다. 오늘날 공직자들에게도 지침이 될 만한 교훈이라 할 수 있다.
필자는 정권 교체기마다 누차에 걸쳐 탕평인사(蕩平人事)를 강조하곤 했다. 인사를 논하면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정관지치(貞觀之治)를 이룬 당 태종 이세민(李世民)의 용인술(用人術)이다. 이세민과 왕위 다툼을 벌일 당시 태자 이건성(李建成)의 책사에 위징(魏徵)이 있었다. 위징은 이건성에게 "하루빨리 이세민을 죽이라"고 권했으나 여린 성격 탓에 동생을 죽이지 못했다. 오히려 이세민에게 죽음을 당했다. 이세민이 황제가 돼 위징에게 왜 이간질을 하여 자신을 죽이라고 했는지 이유를 물었다. 위징은 "황태자께서 자신의 말을 듣고 이세민을 죽였더라면 오늘 이 꼴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세민은 위징의 곧은 기개를 높이 사 군주에게 직언하는 간의대부(諫議大夫)에 임명했다. 정적(政敵)까지도 중용하는 등 인재를 알아보고 기용해 역사에 명군(名君)으로 이름을 남겼다.
예부터 전해지는 정치 원칙이 있다. "나라를 다스림에는 마땅히 사사로움이 없어야 한다(治天下當無私)"가 그것이다. 이재명 정부 초기 인사가 진행되고 있다. 훗날 역사에 성공한 정부로 기록되느냐 아니면 실패한 정부로 기록되느냐는 전적으로 이 대통령의 임기 초기 용인술에 달렸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