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충성도(忠誠度)(퍼온글)
본문
퍼온곳 : 기호일보(25. 7.30)
충성도(忠誠度)
/원현린 주필(主筆)
원문
https://www.kiho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53743
원현린 주필
아부(阿附)의 사전적 풀이는 “남의 마음에 들려고 비위를 맞추면서 알랑거림”이다. 불수진(拂鬚塵)이라는 고사가 있다. 수염의 티끌을 턴다는 말로, 윗사람의 환심을 사려고 비굴하게 아첨함을 뜻한다.
송(宋)나라 진송(眞宋) 때 재상(宰相) 구준(寇準)은 정의로운 관료였다. 한때 재상에서 밀려났다가 다시 재상이 된 구준은 정위(丁謂)를 부총리 격인 참정(參政)으로 기용했다. 정위는 구준이 너무도 고마워 정성을 다해 받들었다. 하루는 중서성(中書省)에서 회식이 있었다. 구준의 수염에 음식 찌꺼기가 묻었다. 구준의 일거일동에 주의를 기울이던 정위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그 수염에 묻은 것을 털어 줬다. 구준은 “참정이라면 일국의 중신인데, 그런 사람이 상관의 수염을 털어 줄 것까지야 없지 않은가?” 하고 웃으며 그의 아첨하는 태도를 지적, 대신으로서 품위를 갖출 것을 일깨워 줬다.
정성을 다한다고 한 일이 아부로 지적을 받자 정위는 얼굴이 붉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계기가 돼 정위는 그 뒤로 구준을 밀어낼 궁리만 했다. 그러다가 왕의 병이 위독한 틈을 타 왕후에게 구준을 모함해 그를 재상 자리에서 쫓아내고 자기가 그 자리에 올랐다. 나에게 지나치게 아첨하는 자가 종국에는 나를 해칠 자라는 인생 격언을 몰랐던 구준이다.
아부를 경계하는 문구는 또 있다. 사마천의 「사기(史記)」 ‘상군열전(商君列傳)’에 “천 마리의 양가죽은 여우 한 마리의 겨드랑이 가죽만 못하다. 천 사람이 ‘옳다’고 하는 아부는 한 선비의 ‘아니오'라고 하는 직언만 못하다.(千羊之皮 不如一狐之腋. 千人之諾諾 不如一士之諤諤)”라는 말이 그것이다.
정가(政街)에는 정치 생명이 길고 출세 가도를 달리려면 줄을 잘 서고 새 줄을 잘 잡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정치의 계절이 돌아올수록 정치인들 간에 새 동아줄과 헌 동아줄을 가리느라 분주하다. 정치 인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 8월 2일 전국당원대회를 열고 차기 당대표를 선출한다. 목전에 다가온 전당대회를 앞두고 박찬대·정청래 두 대표 후보 간에 오간 언사들이 세간에 화제다. 한두 사례를 언급해 본다. “서로 눈빛만 봐도 뭘 생각하는지 이해하는 사이다.” “저는 눈빛을 안 봐도 안다. 20년 정도 같이 지냈기 때문이다.” “비서실장·당대표 직무대행, 상임총괄선대위원장으로 대선 승리까지 이뤄 냈다. 지근거리에서 4∼5년을 같이 했다.” “호수에 떠 있는 우아한 백조가 있다면 그 밑에 물갈퀴 역할은 내가 하겠다.” 등등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목도하자니 듣기에 거북하다. 국민의 눈빛은 안중에도 없는가? 눈빛 속도 경쟁인가? 게다가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은 “이재명은 민족의 축복”이라느니 “5년은 너무 짧다. 헌법을 바꿔서라도 한 20년은 더 해야 한다”느니 말했다 한다. 이 정도의 발언 수위라면 아첨의 끝판왕이 아닌가 싶다.
정계(政界)에서는 오늘도 아부성 발언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하기야 명예와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은 어떠한 성인(聖人)의 힘으로도 그를 교화시킬 수 없다는 말도 있다. 명리(名利)는 성인조차도 어쩔 수 없는 인간 탐욕인가. 이 말에 비추어 보면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일정한 분수나 한도를 넘지 말라는 의미로 “정도(程度)껏 하라”는 말이 있다. 정도가 지나침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 이른바 ‘명심(明心)’을 얻기 위한 낯뜨거운 경쟁이 가관이다. ‘아부불패(阿附不敗)’는 진리가 아니다. 진정한 신뢰는 아첨이 아니라 솔직함에서 나오는 것이다. 충성도(忠誠度)가 당선 여부를 판가름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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