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나채훈(65회)의 중국산책/올 연말에 누가 이겨야 하나?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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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12. 6.19)
나채훈의 중국산책/
올 연말에 누가 이겨야 하나?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
경선 정국이 달아오르고 있다. 여당에서는 ‘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흥행 효과는커녕 사퇴하겠다는 불만이 폭발하고 있으며, 야당에서는 도토리 키재기식 경쟁을 끝내고 자신이 바로 정권 교체를 가져올 적임자라는 주장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더하여 북측에서는 한때 유행했던 ‘저명인사 북한 방문’에서 그들이 보여줬던 친북 행태를 공개하겠다고 협박하는 분란 조성용 공세까지 하고 있는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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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대세론이 이어질까, 아니면 단일화 효과가 나타날까 하는 관심도 좋겠으나 이번 연말의 대선 투표에서는 어떤 인물이 진정 적합하냐는 ‘깨어 있는 유권자 의식’이여야 경선에서부터 약발이 먹혔으면 싶다.
지난 역사에서 살펴보면 정치적 업적이라는 기준에서 볼 때 대권을 가진 인물이 냉철할수록 기량이 담대할수록 성적표가 좋았다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중국의 전국시대 혼란을 종식시키고 통일을 이룩한 진시황의 경우 힘의 원천은 냉철함이었다. 어설픈 온정 따위로 난세를 평정할 수 없었을 테지만 실로 차갑다고 할 정도의 냉철한 판단력이 있었다. 이후의 역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성군으로 꼽히는 당태종 이세민이나 청(淸)의 강희제는 냉철한 면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관대한 통치술 덕분에 좋은 인재가 몰려들어 정치적 업적을 이루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으나 속을 들여다보면 동전의 양면과 같을 뿐 결코 관대함이 성과를 가져온 것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당태종 이세민과 간의대부(諫議大夫)의 상징처럼 전해지는 위징의 경우를 살펴보면 보다 분명해진다. 이세민은 쿠데타로 대권을 거머쥐었다. 친형이자 황태자였던 이건성은 물론 그의 식솔들, 심지어는 어린 조카들까지 모조리 도륙했다. 이때 이건성파의 핵심 참모였던 위징이 그 앞에 끌려왔다. 매서운 힐난이 퍼부어졌다.
“너는 어찌하여 우리 형제를 그토록 이간질했는가?”
이세민은 자신의 잔혹한 처사를 위징에게 뒤집어씌우려는 듯이 물었는데 위징은 담담한 어조로 “황태자(건성)께서 제 말을 따랐던들 오늘과 같은 재앙은 없었을 것입니다” 하고 대꾸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평소 이세민을 죽여야 한다고 주장했던 바를 솔직히 고백한 셈이었다. 대담무쌍한 발언이 아닐 수 없었다. 죽음을 각오하지 않고는 도저히 할 수 없는 말이 아닌가. 불호령이 떨어지고 사형장으로 끌려가는 위징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그런데 이세민은 의외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에게 첨사주부라는 관직을 내리고 중용하겠다고 했다. 목숨을 내놓고 소신을 당당히 진술하는 인물은 거의 없다고 해도 좋을 그런 판국에, 또한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인물을 용서해 주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은혜라고 여기던 당시에 의외의 일이 벌어진 셈이다. 천하를 경영하려는 자가 국사(國士 : 나라의 유용한 인사)의 품격을 헤아리는 냉철한 안목이 빛을 발했던 것이다. 이후 중국 역사에서 당태종과 위징의 만남은 군신의 조화이자 이상적인 틀로 칭송되었다.
육도삼략(六韜三略)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청백지사불가이작록득(淸白之士不可以爵祿得). 대권을 가진 자가 일류급 국사를 얻으려면 작록을 아끼지 말 일이다. 또한 작록으로 그런 인재를 얻으려는 생각을 하지 말 일이다. 모순된 것 같은 이 말은 진정한 국사에 대한 예의요 분별이며 안목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금 영남권 후보야 된다 아니다, 영남권 후보로는 이길 수 없다, 안 교수와 최종 단일화해야 한다, 아니다 자체 역량으로 얼마든지 이길 수 있다는 등등의 정치공학적 승패 논란은 정말로 무용한 것이어야 한다. 누가 과연 장래에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냉철한 판단력과 좋은 인재를 얻어 정치적 업적을 이룰 것인지 살피는 것이 우선이다.
막연한 인기 여론조사나 자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 또한 지역 연고에 바탕을 둔 ‘묻지마 투표 유권자’ 심리에 편승하려는 후보부터 걸러내야 하는 것이 경선 정국에서 꼭 필요한 과정일 것이다. 무슨 ‘회’니 ‘라인’이니 하는 하찮은 인물들이 무리를 지어 국정을 농단하고 부정부패 복판에서 거들먹거리는 풍토를 더 이상 허(許)하지 않으려면 반드시 따져보고 또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2012년 06월 19일 (화)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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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혁님의 댓글
완전국민경선(오픈프라이머리)등 경선정국을 너무 흥행위주로 하는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K팝스타를 뽑는 오락프로그램도 아닌대 각후보자들이 자신들의 유,불리를 저울질하며 경선참여 여부를 논하는것을 볼때 그들이 진정 대선에 나설 자질이 되는가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민의검증이 안된 모바일투표도 신중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