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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코박터균이 빈혈·동맥경화의 원인"
작성자 : 최영창
작성일 : 2009.05.07 10:05
조회수 : 2,168
본문
헬리코박터, 위염·위궤양만 일으키는 줄 알았는데…
위장 질환 관련 없는 편두통·불임 등 일으켜
유전·호르몬 이상 없으면 헬리코박터 감염 의심을
-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 위장 질환뿐 아니라 동맥경화증, 만성피로, 저(低)신장, 불임, 편두통 등의 원인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발간되는 학술지 '헬리코박터'에는 헬리코박터균이 혈액 질환과 동맥경화증 등의 발병과도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는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면 만성피로, 두드러기, 편두통, 저신장(低身長), 불임, 식품 알레르기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밝히고, 이런 증상들을 '이상한 헬리코박터 증후군'이란 이름을 붙였다.
고려대 안암병원 소화기내과 전훈재 교수는 "90년대 초반부터 헬리코박터균이 원인을 잘 모르는 질병과 연관돼 있을 가능성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으며, 일부 질병의 연관성은 전문가들도 인정한다"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이동호 교수는 "헬리코박터균과 다른 질병과의 관련성이 계속 제기되자 기존에 위장 질환에만 적용됐던 치료 지침이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점점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 ◆빈혈
헬리코박터균과 가장 뚜렷하게 연관돼 있는 것으로 확인돼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철분제를 복용해도 빈혈이 잘 낫지 않은 사람이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를 받은 뒤 빈혈 증상이 호전됐다는 보고가 있다.
이런 이유로 미국은 지난 2007년, 헬리코박터균 치료 가이드라인에 위장관 외 증상으로는 유일하게 철분 결핍 증상을 포함시켰다. 삼성서울병원 소아과 최연호 교수는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면 위염이나 위궤양으로 출혈을 일으킬 뿐 아니라, 균이 철분을 소비하고 철분이 몸에 흡수되는 것을 막아 빈혈을 부른다"고 말했다.
혈액 속 혈소판이 이유 없이 감소하는 질병인 '특발성 혈소판 감소성 자반증'은 약물로도 치료가 어려운 질환으로 심하면 비장을 절제하는 수술을 한다. 일본 후생성의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특발성 혈소판 감소성 자반증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헬리코박터균을 제거하는 치료를 한 결과 일부에서 혈소판 수치가 높아져 병이 호전됐다. 일본치료 지침에는 이 질환이 있는 사람에 한해 헬리코박터균 치료를 하도록 하고 있다.
◆동맥경화증
헬리코박터균은 염증 매개 물질을 만들어 혈액을 타고 돌아다니면서 혈관벽을 손상시키고 동맥경화증의 초기 단계인 죽상반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90년대 중반부터 헬리코박터균이 동맥경화증에 의한 허혈성(虛血性) 심장질환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계속 나오고 있다.
강북삼성병원 순환기내과 성기철 교수팀은 한국인 5만8981명의 건강검진 결과를 분석, 헬리코박터균 감염자는 총 콜레스테롤, 저밀도(L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등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이는 수치가 높았고, 고밀도(HDL) 콜레스테롤 수치는 낮았다고 2005년 국제심장학저널(IJC)에 발표했다. 뇌졸중 환자도 정상인보다 헬리코박터균 감염률이 높으며, 특히 더욱 '고약한' 헬리코박터균(CagA)을 일반인보다 더 많이 갖고 있다는 연구도 있다.
◆저신장, 불임, 편두통도 일으켜
유전, 영양, 호르몬에 이상이 없는데도 키가 크지 않으면 헬리코박터균이 원인일 가능성을 의심해봐야 한다.
학술 전문지 '아동질환기록'에 따르면 100명 중 키가 작은 25명에 속하는 어린이의 헬리코박터균 감염률은 25.8%인 반면, 키가 큰 75명에 속하는 어린이의 헬리코박터균 감염률은 8.3%에 불과했다. 이동호 교수는 "염증 매개 물질이 성장호르몬의 기능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 밖에 헬리코박터균이 만드는 염증 매개 물질이 남성의 정자를 공격해 불임을 일으키며, 혈관의 수축과 이완에 영향을 끼쳐 편두통도 유발한다는 보고도 있다.
◆암
헬리코박터균이 만드는 염증 매개 물질이 유전자 손상을 일으켜 암의 발병에 관여한다는 주장이 있다.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DNA 변성이 9.9배 높다는 연구 결과와 헬리코박터균이 40~80세 여성의 대장암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 등이 나와 있다. 다만, 아직은 가설(假說) 단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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