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미인이 너무 많다. 그래서 그들이 활보 하고 다니는 거리까지 아름답게 보일 정도다. 하지만 그건 단지 겉으로 드러나는 아름다움, 성적(性的)미인에 불과할 뿐.
그렇다면 성격(性格)미인도 있을 테지. 작은 행동, 짧게 나눈 말 한마디에서도 느껴지는 아름다움, 성형외과에선 결코 만들 수 없는 진정한 미인. 자기 스스로 만들어가는 그들이 바로 성격미인이다.
♥ 지하철에서
밀고 밀리는 출퇴근 지하철, 남자의 묵직한 탱크슈즈에 발을 밟혔을 때. 날카로운 한마디를 각오하고 얼굴이 빨개져 있는 남자를 향해 “푹신하죠?” 위트있게 받아치는, 몸도 마음도 넉넉한 여자.
♥ 갈비집에서
모처럼 전 부서원이 한 자리에 모인 회식자리. 고기 시키는 일보다 상추나 깻잎 시키는 일에 더 열중하고, 고기 먹는 일보다 고기 굽는 일에 더 신경을 쓰며, 상사의 접시보다 부하직원의 접시를 먼저 챙겨줄 줄 아는 여자.
♥ 친구들의 모임에서
모처럼 누군가가 분위기를 띄워 보려고 조크 한마디를 던졌는데 전혀 웃기지 않아 좌중 분위기는 썰렁. 이때 손뼉까지 치면서 혼자 라도 큰 소리로 웃어주는 여자. 그래서 혼자만 우습게 보여도 개의치 않는 여자.
♥ 선물을 받고
빨간 투피스를 입고 나온 날, 노란 목도리를 선물받았을 때. 전혀 어울리지는 않지만 선물한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며 하루종일 목에 감고 다니는 용감한 여자.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 다음날 노란 목도리에 어울리는 옷 한 벌을 새로 사는 여자.
♥ 셀프 커피숍에서
자신이 앉았던 자리의 커피잔은 물론, 아직 셀프 서비스에 서툰 사람이 두고 간 커피잔이 옆자리에 보이면, 그것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두 번씩 왔다갔다 하며 건네주고 와야 속이 시원한 여자.
♥ 레스토랑에서
남자 친구에게 바가지를 씌우자고 친구들을 몽땅 몰고 와서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먹은 다음, 계산서를 받아들고 안절부절하는 남자 친구에게 슬쩍 자신의 지갑을 찔러 넣어주는 센스있는 여자.
♥ 도서관에서
우연히 펼쳐 본 그녀의 수첩. 친구들 생일과 남자 친구의 생일은 물론 남자 친구의 엄마, 아빠 그리고 동생의 생일까지 꼼꼼하게 챙겨 적어 둔, 섬세한 여자.
♥ 버스에서
집은 종점. 모처럼 자리를 확보했지만 그 자리는 할머니께 내어 주고, 잠시후 또 한 자리를 확보했지만 그 자리는 5살 꼬마에게 내어 주는 다리가 튼튼한 여자.
♥ 백화점에서
여성복 코너가 빽빽하게 들어찬 2, 3층보다 가정용품 코너를 즐겨 찾는 여자. 물론 그녀의 손에는 늘 그날 쇼핑할 물건목록들이 적혀 있고, 그 이상의 충동쇼핑은 사절!
♥ 영어학원에서
“우리 언젠가 세계일주를 하자”는 남자의 한마디에 혹시 외국 나가서 창피당할까를 염려하며 그달로 당장 영어학원에 등록하고, 움직일 때마다 열심히 회화테이프를 들고 다니는 자존심 강한 여자.
♥ 연애를 할 때
함께 ‘구미호’를 보면서 “고소영 머리 참 멋있다”고 남자 친구가 말하면, 다음날은 어김없이 구미호같은 가발이라도 사서 쓰고 의기양양하게 나타나 “나 어때?”하고 물어 보는, 애교는 있고 철은 없는 여자.
♥ 프로포즈를 받을 때
상대가 오랜 망설임 끝에 용기를 내어 어렵게 프로포즈를 하면, 아무리 마음이 내키지 않아도 첫마디를 “미안해요”가 아니라 “고마워요”로 시작하는 사랑스런 여자.
♥ 비디오 가게에서
찾던 비디오 테이프를 막 잡는 순간, 또 다른 남자의 손이 역시 그 테이프 위에 겹쳐지면 슬쩍 손을 내리며 “그 테이프 바로 위에 있는 것 좀 꺼내 주시겠어요? 키가 닿지 않아서…”라고 말하며, 키를 약간 낮추고 씽긋 웃으며 양보하는 여자.
♥ 야구장에서
응원하던 팀이 너무 큰 스코어 차로 이기기 시작하면 상대팀이 불쌍해져서 자리까지 옮기고 팀을 바꿔 응원하는 여자. 그러다 기어코 그 팀이 다시 역전을 시키면 그만 억울해서 울음을 터뜨리고 마는 여자.
♥ 면접장소에서
자신의 신체 중에서 가장 자신있는 부분을 묻는 면접관에게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요청한 다음, 화장실로 달려가 거울 앞에 한참을 서서 기어코 한가지를 찾아내고야 마는 여자.
♥ 공중전화 박스에서
자꾸만 손목을 들어 시계를 보며 초조해 하는 사람이 뒤에 서 있으면, 아낌없이 자신의 자리를 내어 주면서 “대신 백원짜리 동전 넣으셔야 해요!”라고 요구할 줄 아는, 배려도 깊고 실속도 있는 여자.
♥ 술집에서
껌 파는 할머니가 멀리서 보이기 시작하면 옆에 앉은 남자에게 갑자기 껌이 씹고 싶다고 말하는 여자. 그래서 남자가 냉정하게 거절하는 차가운 모습을 보지 않으려고 애써 노력하는 여자.
♥ 유원지에서
남자와 함께 청룡열차를 타고 꼭대기에 올라갔을 때, 사실은 전혀 무섭지 않았지만 옆에 앉아 겁에 질려 눈도 뜨지 못하는 남자를 생각해서 그의 팔을 꽉 붙들고 소리 지르는 연기를 멋지게 해낼 줄 아는 여자.
♥ 엘리베이터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순간, 복도 끝에서부터 “잠깐만요!”를 외치며 달려와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씽긋 웃을 줄 아는 당찬 여자.
♥ 은행에서
은행원의 실수로 몇천원 손해를 보고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계산적이지 못한 여자, 또는 은행원의 실수로 몇천원쯤 이익을 보고도 자신의 계산이 틀렸을거라 믿는 겸손한(?) 여자.
♥ 영화관에서
낯 뜨거운 장면이 펼쳐질 때, 무덤덤하게 그냥 앉아 있지 못하고 괜히 팝콘을 소리나게 씹거나, 머리를 긁적이며 안절부절하는 순진함이 느껴지는 여자.
♥ 도로에서
갑자기 눈이 내려 차가 움직이지 못할 때, 하이힐을 신었건 정장을 입었건, 여자라도 뒤로 빠지지 않고 제일 먼저 내려서 자동차 뒷꽁무니를 덥석 잡고 밀 줄 아는 여자.
♥ 노래방에서
점수가 잘 나오는 노래만 살살 골라서 부르는 영리함보다는, 아무리 어려운 노래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노래라면 목소리가 갈라져 마이크가 쇳소리를 낼 때까지 열창하고는 낙제점수 앞에서 얼굴 붉히는 편을 택하는, 미련해 보이는 여자.
♥ 거리에서
자신과 똑같은 옷을 입은 여자가 지나가면 기분이 나빠져서 다른 길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여자에게 가벼운 미소를 건넬 줄 아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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