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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대, 20년 버티면 무병장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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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07-01-16
미래학자 레이몬드 커즈와일이 말하는 '3단계 수명혁명'
커즈와일은 누구?
MIT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신시사이저, 읽기기계, 광학폰트 인식 시스템 등 수 많은 발명을 해서 미국 언론으로부터 '에디슨의 진정한 후계자' 란 평을 받고 있다. 1999년 클린턴 대통령으로부터 과학기술 분야 최고 영예인 국가기술훈장을 서훈 받았고, 2002년 '발명가 명예의 전당' 에 등록됐다.
지금껏 총 13개의 명예박사학위를 받았으며, 3명의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훈장을 받았다. '21세기 호모사피엔스' '지능형 기계의 시대' '특이성의 도래' 등 미래를 예측한 그의 저서들은 전 세계적 베스트 셀러다.
머지 않은 미래에 인간은 병들지도 늙지도 않는 존재가 될 것이라고 많은 미래학자들이 전망한다. 신시사이저와 읽기기계(reading machine) 등을 발명한 미국 최고 발명가이자 미래학자 레이몬드 커즈와일(58)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그는 “건물을 관리하지 않으면 수명이 수 십 년에 불과하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수리하고 교체하면 수백~수천년간 사용할 수 있다. 20년쯤 지나면 인체의 병든 조직과 장기를 수리 또는 교체할 새로운 기술이 개발돼 사람의 수명도 무한대로 늘어나게 된다”고 말한다.
전자음향기기, 음성인식패턴, 인공지능 등의 분야에서 탁월한 발명과 업적을 쏟아낸 커즈와일은 수년 전부터 인간의 노화와 IT 기술이 접목된 미래 의학에 관심을 쏟아 왔다.
그 결과가 지난해 발간된 ‘영원한 생명을 위한 환상 여행(Fantastic Voyage : Live Long Enough to Live Forever)’이다. 그는 현재와 미래 의학에 관한 약 2000편의 논문과 저술을 참고해서 미국 콜로라도 덴버에서 ‘첨단의학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테리 그로스만 박사와 이 책을 공동 저술했다. 이 책은 지난해 말 국내서 ‘노화와 질병: 레이와 테리의 건강 프로젝트(이미지박스 刊)’란 제목으로 번역 출간됐다.
커즈와일은 인간 수명의 연장은 첫째 건강을 위한 노력, 둘째 생명공학 혁명, 셋째 나노 혁명 등 세가지 교량(橋梁)을 건너야 완성된다고 설명한다. 20년쯤 지나면 3개의 교량을 모두 건널 수 있기 때문에 현재 40대나 50대가 그때까지 건강을 잘 유지하면 무병장수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 초청으로 방한한 커즈와일을 만나 인간의 수명과 미래 의학에 관해 이야기 들었다. 저서와 인터뷰를 종합해 그가 전하는 세가지 교량을 소개한다.
1. 1단계 - 건강을 위한 노력
질병과 싸우고 수명과 활력을 증진시키는 노력이 전쟁이라면 이 전쟁에서 가장 먼저 물리쳐야 할 적(適)은 게으르고 건강에 무관심한 나 자신이다. 지금까지의 의과학적 발견만으로도 인류는 건강과 장수의 열쇠들을 알게 됐으며, 그것을 실천하면 현재 상태에서도 수년~수십년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다.
문제는 실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건강한 식사습관, 적절한 운동, 스트레스 해소, 뇌 기능 유지를 위한 꾸준한 지적 활동, 유해 화학물질 노출 차단 등 누구나 알고 있는 건강 상식들을 지금 당장 실천해야 한다.
영양보충제 복용에 대해 반대하는 의사들도 있지만 관련된 논문들을 모두 검토한 결과 적극적으로 복용하는 것이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 개인적으로는 하루 약 250정의 영양보충제를 복용한다. 현대인은 항산화 비타민과 무기 영양소 등의 보충이 필요한데, 특히 암의 예방을 위해 매일 비타민C 2000㎎, 셀레늄 400~600㎍, 코엔자임Q10 60~200㎍, 쿠르쿠민 900㎎, 멜라토닌 0.1~3㎎, 엽산 800㎍, EPA 1000~3000㎎, DHA 700~2000㎎ 복용을 권장한다.
회춘을 위해 성장호르몬 치료를 하는 것에 대해선 반대한다. 효과도 있지만 잃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스트로겐이나 테스토스테론 등 성 호르몬 보충요법은 권장한다. 체내 축적된 독소를 빼 내는 정맥 치료도 좋은 치료법이다.
2. 2단계 - 생명공학 혁명
게놈프로젝트가 처음 시작된 1990년 많은 과학자들이 그것을 환상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프로젝트 첫해에 해독된 인간 유전자 염기서열은 전체의 1만분의 1에 불과했다. 그러나 인류는 이미 인간 유전자 지도를 완성했으며, 현재는 유전자를 조작해 질병을 무찌르고 건강을 증진시키는 연구를 성공시켜 나가고 있다.
현재의 기술 발전 속도대로라면 10년 후엔 단 한 명의 연구원이 실험실에서 전 세계 모든 인구의 DNA를 여러 차례 배열하는데 8시간이면 족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특정 질환을 앓는 사람과 정상인의 유전자 비교가 가능해져 인간이 앓는 모든 병의 유전자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된다.
15년쯤 지나면 병을 일으키는 특정 유전자를 끄거나 건강을 증진시키는 유전자를 켜는 기술도 대부분 완성된다. 자기 유전자 지도를 감시하다 안 좋은 쪽으로 변이가 생기면 즉각 그 유전자를 끔으로써 병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나아가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유전자를 켜서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자신에게 없는 유전자를 추가해 아예 유전자를 바꿀 수도 있다.
성공 조짐은 이미 도처에서 엿볼 수 있다. 지방-인슐린 수용체 유전자를 예로 들어 설명하자. 잉여 음식물을 지방으로 전환시켜 유사 상황에 대비케 하는 이 유전자는 인류가 수렵생활을 하던 시대에는 매우 유용했지만 현대에 접어들면서는 비만을 일으키는 원인이 됐다.
조슬린 연구센터는 쥐를 대상으로 이 유전자를 차단하는 실험을 했다. 그랬더니 쥐가 아무리 많이 먹어도 비만이 되지 않았고, 당뇨와 같은 대사증후군도 생기지 않았다. 조만간 사람의 유전자도 쥐처럼 조작 가능해지면 인류는 더 이상 다이어트를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 밖에 텍사스대는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인 렙틴의 유전자를 운반하도록 유전적으로 조작된 바이러스를 쥐의 간에 주사해 쥐의 식욕을 억제함으로써 체중을 줄어들게 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이 원리를 이용해 현재 네스테크제약에서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GSK는 탄수화물이 포도당으로 분해되더라도 지방으로 전환되기 직전 단계를 차단하는 약물을 개발했다.
암과 관련해서 지노믹헬스사는 21개 유전자를 검사해 암 세포의 지문을 확인하고 이것으로 암 세포의 공격성, 전이 및 재발 가능성, 항암치료 효과 등을 미리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GSK, 노바티스 같은 다국적 제약회사에선 암 치료 백신을 개발하고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3. 3단계 - 나노 혁명
아이작 아시모프가 1966년 발표한 과학소설 ‘환상여행’은 세포 수준으로 축소된 잠수함을 타고 인체 내부를 여행하면서 혈전(피딱지)을 제거해 병을 치료한다는 내용이다. 터무니 없는 얘기라고 생각하겠지만 이와 유사한 일이 앞으로 20년 후면 현실이 된다.
나노 기술은 이미 의학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아르곤 국립연구소는 체내 노폐물이나 독성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독성물질과 들러붙는 수용체에 자기를 띤 나노 입자를 부착시켜 쥐의 혈관에 주사하는 실험을 했다. 노폐물과 수용체가 들러 붙으면 자석이 부착된 장치를 통과케 함으로써 독소를 제거하려는 의도인데 멋있게 성공했다. 이 같은 성과를 토대로 만성 신부전환자의 투석기를 대체하는 소형 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트리톤 바이오사이언시스사 역시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 암 세포를 파괴하기 위해 약 40나노미터 길이의 ‘생체탐사기’에 철 나노 입자 항체를 부착해 이것이 종양 세포와 들러붙게 만든 뒤, 강력한 자장(磁場)으로 철 입자를 가열해 암 세포가 죽게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또 미시간대 생물나노기술연구소는 암 세포를 발견해 꼬리표를 붙이고, 암의 종류를 식별하고, 그 암 세포로 약물을 운반해 파괴하는 ‘덴드리머’라는 구형(球形) 입자를 만들어내서 동물실험을 마쳤다.
그러나 미래의 나노 의학은 현재의 나노 의학과 차원이 다르다. 나노 사이즈에 IT 기술이 접목될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가깝게는 인공지능을 가진 나노 로봇이 혈관을 따라 돌면서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과 같은 혈액세포의 역할을 대신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적혈구 나노 로봇은 일반 적혈구보다 훨씬 많은 양의 산소를 운반하므로 인간이 산소 없이도 몇 시간씩 버틸 수 있게 되며, 백혈구 나노 로봇은 항생제보다 수 백배 빠르게 염증을 가라 앉히고 암 세포를 괴멸시킬 것이다. 이런 일은 2020년대 중후반쯤 가능해 질 것이다.
2020년대 말이 되면 나노 로봇은 혈관뿐 아니라 세포 수준, 궁극적으로는 뇌 신경 세포까지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 몸 속엔 수백만 개의 나노 로봇이 돌아다니면서 세포에 쌓여 있는 대사 찌꺼기와 독성 폐기물을 청소하며, 손상된 DNA를 수리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노화의 과정을 역전시킬 수 있다. 뇌 세포까지 침투한 나노 로봇이 뇌 신경전달물질(뉴런)과 상호작용을 하면 기억력이 재생될 뿐 아니라 인간의 지적 능력도 크게 발전할 것이다.
말도 안 되는 공상처럼 들리겠지만 기술은 매년 제곱수로 발전하기 때문에 10년 후엔 약 1000배, 25년 후면 약 10억배 발전한다. 이런 일은 충분히 가능하다. 사람의 수명은 3개의 다리를 건너면서 무한정 연장될 것이다. 그 때를 대비해야 한다.
/ 임호준기자 hjl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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