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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료 폐지 이후 탐방객이 크게 늘면서 북한산국립공원이 훼손되고 있다. 탐방객의 발길에 흙이 파여 밖으로 드러난 나무뿌리 옆으로 등산객이 하산하고 있다. 원대연 동아일보 기자 | “구체적 방법 모호… 실효성 없어” 논란 부를듯
수도권의 ‘허파’ 역할을 하는 북한산국립공원이 탐방객 증가로 몸살을 앓고 있다.
6일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10월 말 현재 북한산을 찾은 탐방객은 860만6000여 명. 지난해 같은 기간(1∼10월) 422만1000여 명의 2배를 이미 넘어섰다.
올해 말에는 사상 처음 10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공단 측은 내다보고 있다.
이학원 공단 탐방관리팀장은 “올해 초 입장료가 폐지된 이후 전국적으로 국립공원 탐방객이 늘고 있지만 북한산국립공원의 증가세는 폭발적”이라며 “늘어난 탐방객 때문에 등산로가 망가지고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단은 이 같은 생태계 훼손을 막기 위해 북한산국립공원에 국한해 일정 수 이상의 단체 탐방객에 대한 출입을 제한하는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관련 법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혼잡 피하려 무분별하게 샛길 만들어
6일 오후 북한산국립공원. 옛 불광매표소에서 족두리봉을 향해 10분쯤 걸어 올라가자 나무뿌리들이 보기 흉하게 지상으로 뻗어 나와 있었다.
이진범 북한산사무소 탐방시설팀장은 “많은 사람이 밟고 지나가면서 흙으로 덮여 있던 나무뿌리들이 드러난 것”이라며 “그대로 놔 두면 계속 파일 수 있어 돌이나 나무 등으로 막고 흙을 다시 채워 넣고 있다”고 말했다. 조금 더 위로 가니 폭 2m 남짓이던 탐방로가 갑자기 10여 m로 넓어졌다. 길이 아닌 곳까지 사람들이 밟고 지나면서 어느새 길이 돼 버린 것이다.
이 팀장은 “북한산에는 법정 탐방로가 74개지만 사람들이 다니면서 만들어진 샛길까지 포함하면 수백 개는 될 것”이라며 “특히 주말에 탐방객이 몰릴 때에는 혼잡을 피해 샛길로 들어서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동물 서식지 파괴도 심각
등산로 훼손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동물들의 서식지 파괴가 더 큰 문제라고 공단 측은 설명했다. 등산로는 사후 복구가 가능하지만 동물은 떠나면 쉽게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공단에 따르면 다람쥐 암컷의 경우 사람의 간섭을 받지 않는 3.9km²의 서식지가 있어야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북한산의 서식지는 그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두더지도 적정 생활권 2km²에 못 미치는 1km² 남짓이었다.
공단이 북한산국립공원 구기동 지역에 새집을 설치해 부화율을 비교했더니 탐방로에서 떨어진 곳에 있는 새집에 알을 낳은 새의 부화율이 탐방로 바로 옆 새집보다 훨씬 높았다.
길이 아닌 곳을 찾아다니는 등산객들 때문에 동물의 생활권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공단 관계자는 “독일에서는 산란기에 숲이나 산에서 카메라도 휴대하지 못하게 한다”면서 “등산객이 기분 좋게 외치는 ‘야호’ 소리가 동물에게는 ‘스트레스’가 된다”고 말했다.
“미국은 17명 이상 단체 탐방객 입장 규제”
공단은 북한산 환경 보전을 위해서는 부쩍 늘어난 단체 탐방객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하고 있다. 입장료 부담 때문에 수락산, 관악산 등 수도권의 다른 산을 이용하던 동문회, 향우회 등의 각종 단체가 북한산으로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또 북한산으로 연결되는 교통편이 좋아지면서 경기 전역과 인천 등에서도 북한산을 찾는 탐방객이 늘어나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입장료 폐지로 탐방객 수를 조절할 수단이 없어진 상황에서 단체 탐방객을 제한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라며 “단체 탐방객 입장을 몇 명으로 제한할지는 여론을 수렴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나라에서도 생태계 보전을 위해 탐방객의 입장을 제한하는 경우가 있으며 미국은 17명 이상 단체 탐방객의 국립공원 입장을 규제하고 있다고 공단 측은 설명했다.
그러나 공단 측이 이런 방안을 도입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윤주옥 사무국장은 “입장료를 받을 때에도 돈을 내지 않으려고 옆길로 돌아가는 사람이 많았는데 단체 탐방을 제한하면 삼삼오오로 분산해 입장한 뒤 다시 모이지 않겠느냐”며 단체 탐방객 제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 윤 사무국장은 “이보다는 교육과 계도를 강화해 유원지에 놀러 오듯이 국립공원을 찾는 사람들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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