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시 중구 자유공원에 자리잡고 있는 수령 70년 정도로 보이는 플라타너스 나무. /임순석기자·sseok@kyeongin.com
26일 낮 인천시 중구 자유공원. 많은 사람들이 봄 나들이를 나와 이곳 저곳을 거닐고, 넓게 펼쳐진 인천항의 전경도 보면서 '공원 나들이'를 즐겼다.
인천의 대표적 공원으로 자리를 굳힌 자유공원의 상징물은 맥아더 동상과 한미수교 100주년 기념탑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자유공원엔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보배'가 있다. 국내 최고령으로 평가되는 플라타너스 나무다. 기념탑 쪽에도 있고, 광장 전망대 바로 밑에도 있다. 어른 4명 정도가 안아야 할 만큼 굵고, 높이도 30m는 훌쩍 넘을 것 같다. 이렇게 큰 플라타너스를 국내에선 보기 드물다고 한다.
자유공원은 유럽의 대표적 수종인 플라타너스가 우리나라에 상륙하게 된 단초를 제공했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1888년 서양인들이 유럽 등 세계 각국의 문화적 요소를 가미해 각국공원(자유공원)을 조성하면서 유럽에서 가장 일반적 공원수인 플라타너스를 이 곳에 심었다는 것이다. 인천의 랜드마크 구실을 했던 존스턴별장의 당시 사진에도 플라타너스는 등장한다. 자유공원 플라타너스의 역사성을 생각해서라도 정책 당국이 나서 보호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우 상지대 교수는 “현재 자유공원의 플라타너스는 수령이 70년 정도 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각국공원 조성 당시에 심었던 원래의 플라타너스에서 전정방식으로 다시 심어 오늘에 이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특히 “우리나라 공원에서 이렇게 크고 오래된 플라타너스는 아직 본 적이 없다”면서 “자유공원의 플라타너스는 매우 귀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그 역사성을 높이 평가했다.
인천에서 근무하는 조경담당 공무원들은 이 플라타너스에 대해 잘 알고 있다. 60년 대 후반 인천지역 가로수 심기사업이 대대적으로 펼쳐질 때 바로 자유공원 플라타너스의 가지를 잘라 심었기 때문이다. 기념탑 주변에는 수령이 100년을 넘긴 '일본입갈나무'도 서 있다. 이 나무도 1883년 인천항 개항 이후 일본인들이 몰려 들면서 이 곳에 심었을 것이란 게 학계의 시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최초의 공원'이라는 자유공원의 역사와 함께 해 온 이들 나무와 관련한 어떠한 알림판도 세워져 있지 않다. 또 보호수로 지정돼 있지 않아 이들 나무는 언제든지 잘려 나갈 수도 있다. 인천시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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