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해안 철책선은 개방과 역동이란 인천의 이미지와 달리 냉전의 잔존을 대표적으로 상징한다.

국제공항과 송도국제도시, 도약하는 인천항 등 미래지향적 인상과 접경지대로서의 긴장이 공존하는 도시, 인천. 이러한 인천에서 해안 철책선은 냉전의 잔존을 대표적으로 증언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과 인접한 강화를 비롯한 김포, 파주 등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지역협의회가 최근 철책선 철거와 관련한 건의문을 각계에 전달한 것을 비롯<관련기사 참조>, 인천-개풍 해상수송로 논의와 한강하구에 평화의 배 띄우기 등 일련의 사건은 철책에 대한 새로운 담론이 형성되려는 조짐으로 읽혀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16일 강원도 강릉시청에서 청와대 제도개선실 주관으로 개최된 동해철조망간담회는 눈여겨볼만 한다. 동해 지역의 해수욕장 철책이 지역 장기민원으로 제기된 상태에서 정부차원의 문제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5월에는 한나라당 유정복(경기 김포) 의원이 한강하류지역 활성화 및 접경지역개발 토론회를 개최, 철책 무용론을 다시금 환기시켰다.

인천의 경우 242.3㎞에 이르는 해안선 가운데 총 123.6㎞ 구간에 철책선이 둘러쳐져 있었다. 이는 전체 해안선의 51%에 해당하는 수치다.
일반시민과 NGO들은 지난 99년 12월 해안 철조망을 개방해 달라며 바다되찾기 운동을 펼치는 한편 조직적으로 인천시와 국방부에 철거압력을 가하며 담판에 나서기도했다.
이에 인천시는 2000년 4월에는 아암도 해안공원 1.2㎞를 개방, 시민에게 돌려주는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단계별로 해안 철책선을 거두어 왔다.

인천시 관계자는 “시민으로부터의 철책개방과 친수연안공간 조성 요구가 증대되고 있는 실정에서 국제해양도시로서 인천의 이미지 제고와 해안 철책선의 도시라는 오명을 벗을 필요가 있었다”면서 “군작전상 필요한 부분을 제외한 지역에 대해 단계별, 지역별, 기능별로 단계적인 해안 철책 철거를 추진해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초기 철조망 논란은 인천의 자연적, 문화적 특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비판에서 설득력을 얻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남·북 경협과 국제교류의 거점으로서의 인천 정체성에 비춰 남은 철책선을 치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육지부 철책선은 친수공간 조성에 따라 계획적으로 추진된데 비해 송도국제도시와 영종·용유도의 경우는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다”며 “적극적인 추가개방이나 기존 시설의 철거 후 친수공간의 대폭적인 확대 등에 대한 공론과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제 철책 개방이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물결로 다가오는 듯 하다. 인천을 넘어 다양한 지역에서 철책선의 의미를 현실적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송도국제도시와 국제공항을 품은 영종·용유의 경우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추가 철책개방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함께 인천 지역 전체 철책선에 대한 포괄적이고 심도 있는 담론을 통한 마스터 플랜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계속>

지난 2000년 아암도가 철책선을 벗어 던지고 시민품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