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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마무리 투수 김택연(123회)(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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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조선일보(25. 2.19)
"선발 투수 경험하고 메이저리그 도전하겠다"
[2025 프로야구 키플레이어] [7] 두산 마무리 투수 김택연
지난해 프로야구 신인왕 두산 김택연이 잠실구장 구단 로고 앞에서 투구 동작을 취했다. 그는 “달을 향해 쏴라, 빗나가도 별이 될 테니”라는 각오로 메이저 리그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고운호 기자
두산 김택연(20)은 지난해 프로 야구에서 가장 빛난 샛별이었다. 화려했다. 신인왕(득표율 92%)도 받았다.
데뷔 첫해 19세이브. 국내 프로 야구 고졸 신인 최다 기록을 썼다. 5월 21일 SSG랜더스를 상대로 시즌 첫 세이브를 올린 것을 시작으로 역대 최연소 10세이브와 전 구단 상대 세이브 기록도 세웠다. 구원투수 중에선 평균자책점이 2.08로 가장 낮았고, 동점 또는 역전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올라와 리드를 지키는 터프 세이브는 7차례로 리그 최다였다.
원래는 중간 계투로 시작했다. 그런데 주전 마무리 정철원이 부진하자 고육지책으로 그를 올렸는데 결과는 대박. 최고 시속 155㎞, 평균 148㎞대 포심 패스트볼로 리그 최고 타자들을 돌려세우는 광경은 장관이었다. 2023년에 이어 2024년에도 와일드카드에서 주저앉은 두산 팬들의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김택연은 “아직 꿈만 같다. 부상 없이 1군에서 자리 잡는 게 목표였는데, 그렇게 잘할 줄은 나도 몰랐다”고 말했다. 지난해 3000만원이던 연봉은 올해 1억4000만원으로 뛰었다.
두산베어스 마무리 김택연이 새로운 구단 로고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고운호 기자
“KT전에서 삼진 3개 잡은 경기가 있었는데, 그때 위기를 자초했다가 막았어요. 그 경기 이후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어요. 물론 아쉬운 때도 많았죠. 못 던진 날엔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느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렇게 매 경기 배우면서 성장한 것 같아요. 남들은 올해 2년 차 징크스를 걱정하는데, 전 그 말 자체를 믿지 않아요. 못하는 순간이 있어도 내가 부족해서라고 생각하고 그 기간이 길어지지 않도록 준비를 잘할 겁니다.”
김택연 주 무기는 직구다. 수직 무브먼트(movement)가 좋아 포수 미트에 꽂힐 때까지 떨어지는 낙폭이 덜하고, 분당 회전수(RPM)도 평균 2400~2500, 최고 2800으로 높아 타자들이 알고도 때려내기 어렵다. 변화구를 제대로 구사하기 어려웠던 중학교 때부터 ‘직구만큼은 최고’란 말을 들으려고 노력한 결과라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직구에 장점이 있는 투수들 공을 많이 지켜봤어요. 그들의 공통점이 뭔지 궁금했거든요. 그리고 지금도 궁금해요. 직구를 어떻게 하면 더 잘 던질 수 있을지. 제 직구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해요.”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김택연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스펜서 스트라이더와 LA 다저스 야마모토 요시노부 등 메이저리그 투수들을 롤 모델로 꼽았다. 둘 다 체격이 크지 않으면서 직구로 삼진을 많이 잡는 스타일이다. 직구 구사 비율이 60%를 웃돈다. 스트라이더는 유연성이 좋고, 야마모토는 힘 있는 투구가 강점이다.
올해 스프링캠프에서는 스플리터를 집중적으로 가다듬고 있다. 김택연은 직구와 슬라이더, 두 가지 구종으로 타자들을 주로 상대했는데, 지난해 좌타자에게 다소 약했다.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0.177인 반면, 좌타자에겐 0.259였다. 좌타자를 상대로 한 삼진율도 상대적으로 우타자보다 낮았고, 볼넷을 많이 내줬다. 지난 시즌을 치르면서 좌타자를 상대로 한 역회전 공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한다. 물론 주 무기는 여전히 직구. 스플리터는 직구 위력을 더욱 돋보이게 해 줄 보조 무기로 삼는다.
콜 어빈-잭 로그-곽빈으로 이어지는 두산의 올해 1~3선발 투수는 리그 최정상급이다. 반면 불펜은 약해졌다. 정철원이 롯데, 김강률이 LG로 옮겼다. 부하가 더 걸릴 수밖에 없다. 김택연 어깨가 그만큼 더 무거워진 이유다. 그는 올해 야구에 더 집중하기 위해 인천 부모님 집을 떠나 야구장 근처에 집을 얻었다.
“만약 우승할 수만 있다면 80이닝 던지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것 같아요. 지난해 KIA와 삼성의 한국시리즈 마지막 경기를 보는데 재미있어 보였어요. 저 무대에 우리 팀이 있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했죠. 지난 시즌엔 가을 야구 기간이 너무 짧아 아쉬웠어요. 한번 경험했으니 올해는 좀 더 높은 곳으로 가고 싶어요.”
올 시즌 목표는 구원왕. 개인 타이틀이지만 그 속엔 팀 우승에 대한 열망이 담겨 있다. 팀이 이기는 경기가 많아야 구원왕도 노려볼 수 있다. 지난해 구원 타이틀은 우승팀 KIA 정해영(31세이브)이 차지했다. 김택연은 5월부터 마무리를 맡아 시즌 19세이브로 이 부문 8위에 올랐다.
고교 시절 최고 선발투수로 이름을 날렸던 김택연은 일단 마무리로서 위치를 굳힌 뒤 능력만 된다면 선발투수로 성공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능력이 된다면 선발투수를 해보고 싶어요. 하지만 아직은 많이 부족해요. 내 실력으론 마무리 자리도 지키기 어려워 다른 자리를 돌아볼 여유가 없어요. 그리고 언젠가는 메이저리그에도 도전할 겁니다. 야구 선수라면 당연히 꿔야 할 꿈이잖아요? 힘들어 보여도 일단 목표를 높게 잡아야 그만큼 더 노력하게 될 것 같아요. ‘달을 향해 쏴라. 빗나가도 별이 될 테니(원문은 Shoot for the moon and if you miss, you will still be among the stars)’ 이런 명언도 있잖아요?”
강호철 기자
입력 2025.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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