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고마라톤동호회
지금 이 순간, 나는 달리고 있다
작성자 : 안남헌
작성일 : 2006.06.28 17:30
조회수 : 1,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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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나는 달리고 있다” 110회 보스턴 마라톤 참가기③…시민 응원에 취해 30km 질주 글·황태식(52·자영업) 본 대회를 앞두고 출발점인 홉킨턴에서 아내 이영선씨와 함께 포즈를 취한 황태식씨. 옛 수첩을 뒤적이다 ‘길 떠나는 것만으로도 법(法)의 반을 이룬다’라는 글귀를 발견했다. 6박 7일의 보스턴 여행을 앞두었기 때문인지 유독 그 글에서 시선이 떨어지지 않았다. 배낭을 꾸릴 때 류시화의 산문집 <지구별 여행자 designtimesp=23365>를 꾸려 넣은 것도 같은 이유였을 것이다. 물론 아내와 친구 부부, 또 2백8명에 이른다는 우리나라 참가자들이 있다곤 하지만 여행과 마라톤의 이면에는 ‘고독’이 늘 잠재해 있지 않던가? 해외 마라톤 전문 여행사와 함께여서 그런지 모든 일들이 물 흐르듯 순조로웠다. 때로는 ‘지나친 배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편안했다. 이렇게 편하게 있어도 되나 싶을 정도였지만 곧 있을 고난을 생각한다면 그만한 호사는 누려도 될 듯했다. 여행 둘째 날 아침, 작년에 1억달러에 달하는 경제적 부가가치를 보스턴에 안겼다는 마라톤 엑스포 전시장을 방문했다. 주최 측은 7백만달러에 이르는 특별 기부금을 조성해 심장병 연구 등 13가지 분야에 전달했다고 한다. 어서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뜻 깊은 메이저 대회가 열렸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현지 적응을 위한 찰스 강변 달리기, 코스 답사 등이 있었다. 마치 큰 대회를 준비하는 엘리트 선수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사실 마스터스들에게 있어 ‘꿈의 대회’라 불리는 보스턴 마라톤대회를 앞두고 있었으니 그런 느낌이 자연스러운 것인지도 몰랐다. 셋째 날에는 보스턴 마라톤대회 결승점 부근에서 ‘프리덤 런’이라는 이름의 6km 달리기 대회가 치러졌다. 날씨가 쾌청해서인지, 아니면 곧 있을 ‘최고의 축제’를 기다리는 설렘 때문인지 모두들 즐거운 표정이었다. 오후에는 MIT와 하버드 대학교를 방문했다. 세계 최고의 석학들이 다니는 학교라고 생각하니 괜히 나까지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드디어 4월 17일이 밝았다. 아침부터 수만 명이 출발점인 홉킨턴의 거리를 가득 메웠다. 그리고 정오가 되자 기록이 좋은 주자들이 출발하기 시작했다. 나도 호흡을 가다듬으며 초조하게 출발 시간을 기다렸다. 그리고 30분 뒤, 아내와 하이파이브를 한 뒤 힘차게 출발했다.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역시 시민들의 응원이었다. 60만명의 응원객들이 만들어 내는 위세는 세상을 삼켰다 뱉어낼 만큼 대단했다. 그들은 주로뿐만 아니라 주택의 창가나 건물 옥상에까지 올라가 손을 흔들고 주자들을 향해 응원 구호를 외쳤다. 구호도 다양했는데 초반에는 “Go! Go!”나 “Let’s Go!”, “Looking Good!” 등이 주를 이루었고 중반 이후에는 참가자의 이름을 부르거나 “You can do it!”, “You are faster than me!” 등을 외쳤다. 초반의 내리막을 지나 중반까지는 순조로웠다. 웨슬리 대학교를 지날 때까지는 뜨거운 응원 열기에 취해서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30km 이후, 긴 언덕길이 이어지자 비로소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아, 여기가 바로 ‘상심의 언덕’이란 말인가? 보스턴 대회에만 61회 참가해 그 중 58회를 완주한 존 켈리의 전설을 되새기며 차분히 한 발, 한 발을 내디뎠다. 이 길은 서윤복, 함기용, 이봉주 선수가 우승했던 바로 그 길이기도 했다. 머나먼 보스턴까지 와서 이렇게 주저앉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나는 무사히 그 언덕을 넘었다. ‘대∼한민국’ 구호 덕분에 완주 한국 유학생들이 태극기를 들고 외쳐주는 “대∼한민국!” 구호에 힘을 더하고, 결승점 근처의 뜨거운 응원 열기에 묻혀 나는 전속력으로 질주했다. 그리고 마침내 4시간14분의 기록으로 결승점을 밟았다. 신발에 묶여 있던 칩을 풀어내고 다시 끈을 묶어주는 이, 보온용 특수 망토를 덮어주는 이, 물과 바나나 같은 간식을 주는 이들의 서비스를 받으며 일행이 대기하고 있는 버스로 향했다. 마치 꿈길을 걷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한마음으로 반갑게 악수하고, 수고했다고 격려해 주는 사람들. 이 맛에 마라톤을 하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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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聖鉉님의 댓글
언제 다 읽어?
안남헌님의 댓글
ㅎㅎㅎ 잘못 올렸어요. 수정했습니다.